[경험과 혁신의 동행] ②-(상) GK인사이츠 미래자문 좌담회 - 'AI·로봇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인공지능(AI)이 컴퓨터를 직접 조작하고 자동차와 로봇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미쳤다"는 표현 밖에 나오지 않는 현실이다. 기술 발전 속도는 빨라지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규제와 투자 부족, 초기 시장 확보 등 여러 난제에 직면해 있다. AI가 가져올 산업과 일자리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에서 세계 최고 기업들의 탄생을 돕는 싱크탱크인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명예회장)가 지난달 8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 'AI·로봇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미래자문단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미래자문단 멤버인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미래자문단 부단장-휴머노이드로봇), 김녹원 딥엑스(NPU) 대표,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자율주행) 대표, 박민준 뤼튼 AX부문(AI 전환 서비스) 대표가 참석했다. 좌장은 GK인사이츠 이사인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쓰나미 이미 왔다…외국산 휴머노이드 공세 현실로"
AI가 실제로 물리적 행동을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데 참석자들은 공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기술 발전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다.
▶박진 교수= 생성형 AI와 피지컬 AI의 결합이 빨라지고 있다. 1~2년 전과 비교해 시장과 기술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엄윤설 대표=한마디로 '미쳤다'고 표현할 수 있다. 2~3년 전에는 멀리서 쓰나미가 오는 것이 보였다면 이제 쓰나미는 이미 왔다. 외국산 휴머노이드의 공세가 현실이 됐다. 최근 로봇 설계 파일을 AI에 입력해 사람처럼 움직이게 해보라고 했더니 사람이 며칠 걸릴 시뮬레이션 작업을 15분 정도만에 해냈다. 휴머노이드의 병목은 AI보다 하드웨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지형 대표= 자율주행 기술이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는 '룰 기반'에서 AI가 스스로 판단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서울에서 운영하던 자율주행차를 부산에 투입하려면 새로운 도로 환경에 맞는 규칙을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렸다. AI를 적용하면서 2~3일로 줄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AI가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민준 대표= 소프트웨어에서도 AI가 컴퓨터를 직접 사용하는 '컴퓨터 유즈'가 중요한 변화다. 기존에는 프로그램마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연결해야 했지만 이제 AI가 직접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다. 주차 등록 같은 단순 업무부터 재무 업무 등으로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 경영진의 의사결정 상당 부분도 AI를 활용하도록 바꾸고 있다.
독자들의 PICK
지금 1,105명 읽는 중
▶김녹원 대표= 고객들의 요구 자체가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성형 AI를 피지컬 AI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크지 않았는데 올해는 해외 고객들이 VLM(시각언어모델), VLA(시각언어행동모델) 등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이 생성형 AI가 산업을 본격적으로 재편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5년이 승부처…한국의 기회와 위기는
AI는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대응이 늦으면 기존 산업의 경쟁력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참석자들은 소버린 AI 기술 확보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버티컬 AI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대표=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강하기 때문에 피지컬 AI가 엄청난 기회다. 미국과 중국 기술에 대한 종속을 우려해 한국을 대안으로 보는 나라도 많다. 앞으로 5년 안에 피지컬 AI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존 제조업도 위협받을 수 있다. 피지컬 AI의 마지막 방어선은 칩이다. 소버린 AI도 마찬가지다. AI 모델이 국산이어도 이를 구동하는 반도체를 해외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진정한 기술 주권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소버린 AI의 마지막 고리는 반도체다.
▶엄 대표= 한국의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기술이 중국에 크게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가격이다. 아무리 기술이 훌륭해도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5인 미만 중소 제조업체에서도 쓸 수 있는 휴머노이드다. 조선과 방산도 중요한 시장이다.
▶한 대표= 자율주행은 미국·중국보다 늦었지만 아직 따라잡을 시간은 있다. 자동차는 대량생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당장 투자를 늘려야 한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에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자본이 집중되면서 자율주행과 로봇 같은 응용 분야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응용 기술도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
▶박 대표= 20년 뒤에는 가상의 세계를 직접 만들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본다. 당장 한국이 모든 범용 AI 기술을 선도하기는 어렵다. 콘텐츠나 금융처럼 기술 수준이 조금만 높아져도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별 AI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도 필요하지만 자원을 모두 그쪽에 투입해서는 안 된다.
▶박진 교수= 독자 AI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산업별 응용 기술을 육성하는 균형이 중요하다는 말로 이해된다.

"늦었으니 자자" 인간을 닮아가는 AI들, 예상치 못한 인간 같은 실수 '우려'
AI의 지능이 발달하면서 예상치 못한 위험도 커지고 있다. 참석자들은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업에만 책임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봤다. 법과 제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 교수= AI의 치명적인 위험은 무엇인가. 최근 제기되는 속도조절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 대표= AI가 예상보다 사람 같아졌다는 것이 위험하다고 느낀다. 일례로 제가 운용하는 여러 AI 에이전트에 밤샘 작업을 맡겼는데 아침에 보니 일이 끝나지 않았더라. 그래서 대화 기록을 확인했더니 자정 쯤에 AI에이전트끼리 서로 '늦었고 이제 피곤하니 자자'고 하고 일을 멈췄다. 피곤함을 모르는 AI가 사람의 행동을 학습해 인간이 하는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 대표= 기술의 문제를 기술로만 풀 수는 없다. AI 기업에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모두 만들라고 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법학과 인문사회 분야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사용할 것인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한 대표= 자율주행차에는 사고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가 있다. 이를 기업마다 임의로 판단하게 할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로 정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이 지나치게 강하면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김 대표= 피지컬 AI 시대에는 사이버 공격이 물리적 공격으로 전이될 수 있다. 드론과 무기체계에도 AI가 들어가고 있다. 기술 발전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국가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안전망을 고민해야 한다.(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