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좁아서 더 세졌다"… 약점 딛고 亞 AI 허브 된 싱가포르

"덥고 좁아서 더 세졌다"… 약점 딛고 亞 AI 허브 된 싱가포르

싱가포르·조호르(말레이시아)=최지은 기자
2026.11.0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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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에너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
<3>'효율'서 찾은 AI 경쟁력
①싱가포르가 亞 AIDC 허브 자리 꿰찬 이유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천문학적인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 수자원 고갈을 야기하며 전 세계적인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AI 경쟁력 확보와 탄소중립은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AI 인프라의 글로벌 최전선인 미국과 핀란드, 싱가포르에서 빅테크와 에너지 기업, 정책 당국과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이유다. 머니투데이는 AI 혁신과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공존하기 위한 해법을 총 5편에 걸쳐 모색해봤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니라 베이 샌즈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데이터 센터 월드 아시아(DCWA)' 참관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지난 2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니라 베이 샌즈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데이터 센터 월드 아시아(DCWA)' 참관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지난 9월 29~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엑스포 컨벤션 센터. 아시아 최대 데이터센터 박람회인 '데이터 센터 월드 아시아(DCWA)'가 열린 현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글로벌 빅테크, 통신사, 장비 제조사, 투자자 등 이틀간 전시장을 찾은 업계 관계자만 3만8000여명에 달했다. AI(인공지능) 인프라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아시아 전역의 시선이 이곳 싱가포르로 쏠린 순간이었다.

좁은 국토와 만성적인 전력·용수 부족. 데이터센터를 짓기에는 최악의 지리적 조건을 갖춘 싱가포르가 어떻게 글로벌 기업들이 줄을 잇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자리매김했을까. 비결은 단순한 설비용량 확대가 아닌, '인프라 에너지 효율'과 서버 내부 '컴퓨팅(연산) 효율'을 동시에 극대화하는 고부가가치 생태계로 패러다임을 바꾼 결단에 있다.

싱가포르 디지털개발정보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싱가포르에는 총용량 1.4GW(기가와트)가 넘는 데이터센터 70개 이상이 있다. 서울보다 조금 큰 국토에 70개 넘는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셈이다. 아시아와 세계 주요 시장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통신망과 낮은 자연재해 위험 등 입지상의 강점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데이터센터 허브로 성장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한된 부지와 전력·용수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결국 싱가포르 정부는 2019년 신규 데이터센터 증설을 일시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유예)'을 도입했다. 3년 뒤인 2022년 신규 사업자 선정을 재개하면서 내놓은 해법은 '선별적 배정'이었다.

싱가포르 디지털개발정보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싱가포르에는 총용량 1.4GW(기가와트)가 넘는 데이터센터 70개 이상이 있다. 서울보다 조금 큰 국토에 70개 넘는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셈이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전경./사진=최지은 기자
싱가포르 디지털개발정보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싱가포르에는 총용량 1.4GW(기가와트)가 넘는 데이터센터 70개 이상이 있다. 서울보다 조금 큰 국토에 70개 넘는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셈이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전경./사진=최지은 기자

선별적 배정의 대표적인 정책이 데이터센터 구축 공모 제도인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자 공모제(DC-CFA·Data Centre Call for Application)'다. 정부가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경제적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해 검증된 고효율 사업자에게만 제한된 부지와 전력 용량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물리적 악조건을 넘기 위한 기술 혁신도 병행했다. 싱가포르는 연중 기온이 30℃를 웃돌고 습도가 80%에 달해 찬 바깥 공기를 끌어와 식히는 '외기 냉각(프리쿨링)'이 불가능하다. 서버를 식히는 냉각 에너지만으로도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총 전력의 40% 안팎이 소모될 만큼 냉각 난도가 극도로 높은 환경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운영 온도를 26℃ 이상으로 높일 수 있도록 해 냉각 에너지를 줄이는 열대 기후형 데이터센터 표준을 지난 2023년 도입했다. 아울러 싱가포르국립대(NUS)·난양공과대(NTU)와 손잡고 액체냉각 등 열대 기후에 특화된 차세대 냉각 기술 연구를 지원하며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고효율 데이터센터 중심의 고도화에 집중하자 그에 따른 산업적 파급효과는 국경을 맞댄 말레이시아 조호르 지역까지 빠르게 번졌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관련 장비의 제조·공급 기반도 이 지역을 거점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7월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인프라 기업 버티브가 조호르에 제조공장을 열었고, 델타 일렉트로닉스도 같은 달 조호르바루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싱가포르와 조호르를 잇는 '초국경 데이터센터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과 워크로드별 전력 수요 비중 변화/그래픽=윤선정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과 워크로드별 전력 수요 비중 변화/그래픽=윤선정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싱가포르의 이 같은 행보를 글로벌 데이터센터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대표적 모델로 꼽는다. 지난달 1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난 로레인 살라자르 맥킨지 수석 전문위원(Senior Knowledge Expert)은 "싱가포르는 지리적·자원적 제약을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해 미국에 이어 글로벌 수요가 가장 몰리는 아태 지역의 핵심 AI 허브로 도약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효율은 물론, 앞으로는 컴퓨팅 효율 제고가 데이터센터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란 게 그의 진단이다. 살라자르 수석 전문위원은 "이제 데이터센터 산업의 경쟁 기준은 설비용량이 몇 ㎿(메가와트)인지가 아니라 한정된 전력으로 얼마나 많은 AI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지(컴퓨팅 효율)로 완전히 이동했다"고 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24년 약 90GW(기가와트)였던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는 2030년 278GW로 5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관련 투자 규모만 7조달러(약 9400조원)에 달한다. 성장을 이끄는 것은 'AI 추론'이다. 전체 데이터센터 수요 중 AI 추론의 비중은 올해 29%에서 2030년 42%로 확대된다. 살라자르 수석 전문위원은 "전체 수요가 3배 늘어나는 동안 AI 추론 수요는 19배 폭증할 것"이라고 봤다.

AI 추론의 폭발적 성장은 데이터센터의 입지와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AI 학습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모델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단기간 대규모 전력을 소비한다. 반면 추론은 전 세계 이용자들의 요청에 실시간으로 응답하기 위해 24시간 쉼 없이 연산을 반복한다. 추론 과정의 누적 전력 소비량은 학습의 4~9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레인 살라자르 맥킨지앤드컴퍼니 수석 전문위원이 지난 1일(현지시간) 맥킨지앤드컴퍼니 싱가포르지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는 모습./사진=최지은 기자
로레인 살라자르 맥킨지앤드컴퍼니 수석 전문위원이 지난 1일(현지시간) 맥킨지앤드컴퍼니 싱가포르지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는 모습./사진=최지은 기자

추론 수요가 늘면서 이용자와 가까운 도심과 주요 통신 거점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도심과 주요 통신 거점은 이미 전력 수요가 높은 데다 대규모 부지 확보와 전력망 증설도 쉽지 않다. 데이터센터 생태계가 기존의 '설비 규모 확장'에서 '단위 전력당 연산 효율 극대화'로 급격히 재편되는 배경이다.

송전망 병목 등으로 전력 공급을 단기간에 대폭 늘리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유일한 돌파구는 인프라와 IT(정보기술) 장비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효율 극대화'뿐이라는 게 맥킨지의 분석이다. 살라자르 수석 전문위원은 데이터센터의 효율 경쟁이 전력 손실을 줄이는 '인프라 에너지 효율(PUE)'을 넘어, 단위 전력당 처리량을 극대화하는 '컴퓨팅 효율'의 싸움으로 확장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송배전망과 냉각 시스템의 물리적 전력 손실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랙(Rack) 내부의 반도체와 메모리, AI 모델의 알고리즘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효율 혁신이 맞물려야 한다"며 "에너지 및 컴퓨팅 효율이 높아지면 천문학적인 전력 비용을 직접 절감할 수 있는 만큼, 효율성 제고는 단순한 정부 규제 준수를 넘어 사업자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경제적 유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본 기획 취재는 한국기자협회와 기후미디어허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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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기자

사회부 사건팀을 거쳐 산업1부 전자팀을 출입합니다. 쉽고 와닿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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