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만들어 먹던 이색 조합이 식품업계의 신제품으로 잇따라 출시된다. 한정판이나 이벤트성 메뉴로 소비되던 아이디어들이 신제품 개발과 시장성 검증까지 폭넓게 쓰이면서 '소비자 R&D(연구개발)'가 식품업계의 주요 제품 개발 전략으로 부상했다.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오는 27일 신제품 '감바스짜파게티'를 출시한다. 지난해 열린 '짜파게티 요리사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소비자 레시피를 제품화했다. 구운 마늘과 새우, 올리브유 등을 활용해 감바스 특유의 풍미를 짜파게티에 접목했다.
농심은 지난 12일부터 '너구링' 판매도 시작했다. 양파링에 너구리 수프를 넣고 흔들어 먹는 SNS 소비자 레시피에서 착안해 양파링의 식감과 너구리 특유의 매콤한 해산물 풍미를 결합했다. 출시 직후부터 간식과 안주 등 키워드로 SNS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소비자 공모를 통해 신제품을 개발한다. 올해 '그래이맛 콘테스트'에는 약 4만3000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고 1·2차 소비자 투표에 약 64만8000표가 모였다. 수상작인 '몬스터 크런치 쿠키'와 '말차에 바나나'는 각각 이달의 맛과 배달 전용 제품으로 출시됐다.
소비자들이 최종 출시 제품을 직접 고르기까지 한다. 농심은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에드워드 리 셰프와 공동 개발한 '신라면 치즈&된장'과 '신라면 해물&어묵'을 두고 오는 18일까지 소비자 투표와 시식 평가를 한다. 평가 결과를 반영해 다음달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식품업계가 소비자 아이디어에 주목하는 건 신제품 개발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닐슨IQ가 지난해 식음료를 포함한 소비재 130개 품목군의 신제품 약 25만개를 분석한 결과 출시 2년 차까지 매출이 증가한 제품은 절반에 그쳤다. 소비자 사이에서 관심을 얻은 조합을 제품화하면 초기에 수요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제품 개발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소비자 아이디어를 이벤트성 메뉴에 적용해 화제성을 높이는 도구로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정식 제품으로 출시하는 빈도가 늘었다. 일회성으로 활용하지 않고 지속적인 매출을 내는 히트작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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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으로 정식 제품을 출시해 성과를 거둔 대표 사례가 농심의 '신라면 툼바'다. 소비자들이 공유한 조리법에서 착안해 2024년 출시,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며 지난해 말 글로벌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넘은 메가히트작이다. 오뚜기도 열라면에 우유·치즈 등을 더해 먹는 조리법을 참고해 '로열라면'을 지난 5월 출시해 한 달 만에 200만개 이상 판매했다.
SNS에서 화제가 된 제품과 레시피를 직접 경험하려는 트렌드도 '소비자 R&D'에 힘을 싣는다. DMC리포트가 지난해 식음료 구매 경험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1%가 SNS에서 화제가 된 제품을 구매하거나 관련 레시피를 따라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모디슈머(modisumer) 레시피를 대량생산에 적합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라며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후기와 조리 영상을 올리고 마케팅으로 이어진다는 게 '소비자 R&D'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