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연 대표 "납품 정상화 어려움...M&A 진행해야 사태 해결"
인력 감축, 점포 분리매각 현실화...사실상 파산 수순 관측도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을 수혈해 영업을 재개한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두 달 만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점포 매대에 정상적으로 상품을 채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란 걸 회사 대표가 시인했다. M&A(인수합병) 외에는 마땅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00억원의 DIP를 통해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지만, 당초 기대했던 납품 정상화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연휴 기간 홈플러스 67개 점포 총매출이 일평균 30억원대로 재개장 첫날 매출 109억원 대비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사실상 점포 경영 정상화에 실패했단 의미다. 통상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사는 매출담보 채권 등 신용거래를 통해 상품을 공급받는데,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기 직전 5000억원이 넘는 상거래 채권을 갚지 못한 홈플러스는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용거래 구조가 복원되지 못하면 유통사는 상품을 확보할 때마다 현금이 필요해 제때 적정 물량을 납품받기 어렵고, 매출 회복도 더뎌진다. 영업 중단 직전 홈플러스 주요 점포 매대가 비었거나, 저가 PB(자체 브랜드) 상품만 채워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DIP 추가 수혈도 녹록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밀린 납품대금 정산이 어렵다는 게 확인된 만큼 기존 거래처도 거래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고, 신규 거래처 확보도 어렵다"며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못하면 DIP 추가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했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도 추가 DIP 지원은 불가하단 입장이다. MBK파트너스도 지난달 2조5000억원 규모 주식 무상소각 등을 통해 사실상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한 데다, 김병주 MBK 회장의 개인보증으로 운영비를 지원했기 때문에 추가 자금 투입엔 난색을 보인다. 홈플러스 공동 대표를 맡았던 김광일 MBK 부회장도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이 진행돼야 지금의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홈플러스가 새주인을 찾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M&A 전망도 어둡다. 강성 노조의 경영 개입, 우발 채무 등 인수자가 감당할 리스크가 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매각 주관사가 최근 일부 업체를 대상으로 투자 안내문을 발송했지만, 인수 의향을 밝힌 업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인수 후보로 거론된 대형 유통사들도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엔 선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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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이 가중된 홈플러스는 결국 인력 감축을 결정했다. 오는 22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 중이다. 별도 위로금 없이 밀린 월급과 명절 상여금을 일괄 지급하는 조건이다. 한때 직원 수가 2만여 명에 달했던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매각, 점포 구조조정 등으로 현재 9000여명 수준인데, 이보다 인력 규모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홈플러스 M&A가 실패하면 점포 분할매각 등을 통해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대량 실업이 현실화하면 이 문제가 다시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노조는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노조는 지난 8일 희망퇴직 관련 입장문을 내고 "이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노동자들의 고용은 더욱 불안해지고, 입점 업주와 중소상공인들도 거리로 내쫓겨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며 "홈플러스 정상화의 길은 유통 본업을 살릴 인수자를 찾는 것뿐이며, 이는 MBK와 채권단의 손에만 둘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공적 인사를 준비하고 채권자 지위에 있는 공공기관을 통해 법원에 공동관리인을 추천하고 M&A 추진은 공적 주체가 함께 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