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주민이 염원하는데 심사가 길어져서 되겠어요?"
올해 한 국회 상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A국회의원의 발언이다. 지체되는 지역구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주문한 것이다. A의원은 같은 당 의원과 보좌진들조차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국감에서 지역구 현안을 반복적으로 거론했다.
특정 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B의원은 지역 기업과 언론 등의 민원을 질의에 녹여냈고, C의원은 지역구에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증인으로 불러 압박하기도 했다.
국회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지역구 의원은 254명이다. 이들은 지역 유권자의 선택으로 국회에 입성하지만, 당선과 동시에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해야 하는 헌법적 책무를 진다. 헌법 제46조도 '국회의원은 국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한다. 지역이나 정당의 이해를 넘어 국민을 위해 봉직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선 국민보다 지역을 앞세운 의원들의 행태가 유독 두드러졌다. 2028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경쟁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이번 국감이 사실상 공천 전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역구 민원을 국감장에서 제기하는 이유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의원들은 국감 기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정부에 지역 현안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생중계되는 국감장에서 민원을 꺼내는 것은 질의 장면을 짧은 영상(쇼츠)으로 만들어 지역구 홍보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감장 밖 풍경은 다르다. 질의에 대비하는 공무원들로 복도는 북적이고, 프린터 등 사무실 집기를 늘어놓고 업무를 보는 모습도 흔하다. 국회의 감시와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직사회가 쏟는 시간과 노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국감이 개인의 홍보 무대로 소비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감을 개인과 지역구의 이익을 위한 무대로 활용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헌법적 책무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이런 행태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도 반복돼서는 안 된다. 지역구 이해관계가 예산 심의의 공정성과 우선순위를 흔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원들이 스스로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사실과 그에 따르는 무거운 책임을 되새기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