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연구원이 15일 인공지능(AI) 안경 도입에 따른 사생활 침해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장소와 기능별로 허용 범위를 달리하는 '신호등 규칙'을 제안했다. 무분별한 몰래카메라 악용 우려가 큰 만큼 전면 금지보다는 조건부 수용을 통해 기술 혁신과 사회적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자는 취지다.
경기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AI 안경의 명암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반 국민 6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9.5%가 '본인도 모르게 촬영되는 문제'를 가장 크게 우려했다. AI 안경의 기대 편익(4.02점)보다 위험 인식(4.20점)이 더 높았으며, 외국어 번역 등 개인 편의 기능에 대한 기대는 큰 반면 재난 대응 등 공공 분야 활용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안경 사용을 둘러싼 이중잣대도 뚜렷했다. 본인의 촬영 기능 사용에는 56.2%가 동의했지만, 타인의 사용을 허용한다는 응답은 26.8%에 그쳤다. 대화 녹음, 감정 분석, 얼굴 인식 등 주변 사람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기능일수록 거부감이 컸다.
다만 응답자들은 전면 금지(58~73%)보다 작동 표시나 얼굴 자동 가림 등 기술적 안전장치 의무화(81~88%)를 선호했다. 시험장에서는 48.2%가 '원칙적 금지'를 택했지만, 장애인·의료용 보조기기에 한해서는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82.7%)이었다. 또한 AI 안경을 잘 알거나 체험해 본 층의 구매 의향은 76.3%로, 기기에 대해 잘 몰랐던 응답자(24.6%)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연구원은 공간 민감도를 3단계로 나누고 촬영·녹음 등 기능 단위로 규제를 차등화하는 '신호등 규칙'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시·청각 장애인 보급 시범사업과 재난 분야 우선 실증을 추진하고, 사생활 보호 기능을 기본 탑재한 기업을 공공 조달에서 우대하는 방안도 담았다.
이승환 경기연구원 AI연구실장은 "AI 안경은 누군가의 눈과 귀가 될 수도, 감시 카메라가 될 수도 있는 이중용도 기술"이라면서 "어디서, 누가, 어떤 기능을 쓰는지에 따라 규칙을 달리 적용해야 하며, 사용 관행이 굳어지기 전인 지금이 제도를 마련할 적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