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개성공단 정상화 등을 포함한 포괄적 남북 회담을 제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위협을 계속하다 개성공단까지 폐쇄했고, 이를 논의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실무회담 제의를 계속적으로 거부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비난 수위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기습 제의로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급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北, 남북회담 제의 배경은= 북한의 변화 움직임은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난달 22~24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부터 감지됐다. 당시 최 총정치국장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조선(북한)은 유관 각국과 공동 노력해 6자회담 등 각종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며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3월 국제연합(UN)의 대북제재안에 동참해, 대북금융제재를 실행했던 중국은 냉담했다. 자신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는 북한이 못마땅했던 탓이다. 심지어 중국 공산당 당국자가 북한을 '혈맹'이 아닌 '일반 국가' 관계로 소개해 북·중 관계에 균열이 생겼음을 드러냈다.
결국 최 총정치국장은 별 성과 없이 돌아갔고, 이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나가겠다"는 첫 조치로 남한에 전격적으로 대화 제의를 해 온 것이다. 그간 북한은 미국과의 평화협정체결을 주장했지만, 미국은 물론 중국도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국은 또 7~8일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북한 입장에서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만큼 정상회담 전 중국의 체면을 세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달 말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도 염두해 뒀을 가능성이 크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화 제의를 한 건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과 대화하기 전 남북관계를 먼저 개선해야하므로 정상회담 직전 손을 내밀었고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적 문제도 감안됐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일방적인 개성공단의 폐쇄로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다른 경제특구에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대 우방국인 중국의 협조 없이는 경제 회복에 큰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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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신뢰프로세스 통했나=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남북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고 나아가 남북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할 것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핵심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초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의회연설에서도 이를 설명하고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냈다. 취임 후 주요 외교사절단 접견은 물론 공식석상에서도 대북문제를 언급할 땐 항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6·15공동행사 제안에 대한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수용 주장에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정부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주고 '왜 (북한은) 대화를 정부하고 안하느냐' 이렇게 하는 것이 개성문제를 포함해 남북 간에 신뢰를 구축하면서 정상적 관계가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길"이라며 ‘당국 간 회담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날 오전 북한의 대화 제의가 있기 전 열린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고립과 쇠퇴의 길을 버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돼 남북 공동 발전의 길로 함께 나가자"고 촉구했다.
홍민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당국은 남북 모두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우리 정부를 실험해 기싸움을 벌였다"며 "우리 정부가 단호한 태도로 당국간 대화를 강조하고 명확히 선을 그은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중단사태 해결될까= 회담이 성사되면 지난 2011년 2월 남북군사 실무회담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이뤄지게 된다.
특히 중단된 지 65일을 맞는 개성공단의 재가동이 가능해질지 주목된다.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의 사망으로 5년 간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하지만 회담이 성사돼도 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책 등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아 정상화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공산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