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반도체 수출 호황과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로 경기가 개선 흐름을 유지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기 개선이 가계 전반에 파급되지 않아 소비 개선세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KDI는 7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AI 관련 투자와 밀접한 부문을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완만한 개선 흐름'에서 '개선세 확대'로 경기 진단을 바꾼 데 이어 개선 흐름을 이어나간단 분석이다.
실제로 설비투자(24.9%)는 반도체 관련 투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외에 기계류(21.3%)도 반도체제조용장비(66.0%), 전기 및 전자기기(11.0%) 등 AI 인프라 투자 관련 부문에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최근 이례적으로 높은 설비투자 증가에는 기저효과와 함께 변동성이 큰 운송장비(32.7%)가 크게 증가한 영향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다만 선행지표 상에서도 반도체 관련 투자의 견조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96.5%)의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고 7월 국내기계수주(25.4%)도 특수산업용기계(55.1%)와 의료정밀측정제어기기(95.7%) 등 반도체 제조장비가 포함된 부문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수출도 글로벌 AI 관련 투자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며 호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8월 수출(68.7%, 일평균 72.5%)은 ICT 품목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일평균 금액 기준으로 반도체(216.1%)와 컴퓨터(431.2%) 가격이 급등해 대폭 증가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철강제품(10.4%)과 비철금속(26.7%)도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생산도 전반적으로 개선세를 보였다. 7월 전산업생산(3.1%)은 전월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됐지만 2분기 평균(2.9%)을 상회하는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는 상대적으로 개선세가 완만했다. 7월 소매판매액지수(-0.8%)는 일시적인 요인 등에 기인해 감소로 전환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통신사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와 지난해 소비쿠폰 지급 등으로 인한 기저효과 등이 작용했다. KDI는 상반기 전체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0.3%에 머무는 등 가계 구매력의 회복이 제한되면서 소비 개선을 제약한 것으로 봤다.
노동시장 둔화 흐름은 다소 완화됐지만 청년층 고용회복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7월 취업자 수(10만8000명)는 제조업의 감소폭 축소 등에 기인해 전월보다 증가폭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대 고용률(59.1%)은 낮은 수준에 정체됐고 실업률도 0.5%p(포인트) 상승하는 등 청년층의 고용 여건 개선은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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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3.1%)는 지난해 SKT의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보상으로 인한 통신비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월보다 상승률이 확대됐다. 이에 식료품·에너지 제외 근원물가(3.4%)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의 통상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KDI는 "국내외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간 가운데, 관련 부문의 제조업생산도 증가를 지속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개선이 가계 전반의 소득으로 충분히 파급되지 못하면서 소비 개선세는 완만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