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 흘리며 쓰러진 아내를 보고도 테니스를 치러 간 6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9일 뉴스1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항소5-2부는 이날 유기치상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5월9일 인천시 강화군 자택 화장실에서 피 흘리며 쓰러져 있던 50대 아내 B씨를 방치해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테니스를 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려고 집에 들렀다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B씨를 발견했다. A씨는 휴대전화로 쓰러진 아내 사진을 찍어 의붓딸에게 전송한 뒤 별다른 조치 없이 집을 나섰다.
사진을 본 딸이 119에 신고해 B씨는 병원에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B씨는 뇌출혈의 한 종류인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쓰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예전에도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적이 있다. 아내하고 그런 일로 더 엮이기 싫어서 그냥 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A씨에게 유기치상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의 유기치상 혐의 중 유기죄만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를 방치한 것에 대해선 죄를 물을 수 있지만, 방치해서 상해에 이르게 한 것까지는 죄를 묻기에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2심 재판부도 A씨가 B씨를 발견했을 당시 이미 의식불명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즉시 신고했더라면 중상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인과관계 역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이 유기치상죄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1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