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3개월, 요양원 1년 대기…"돌볼 곳이 없다" 헤매는 '치매난민'

검사 3개월, 요양원 1년 대기…"돌볼 곳이 없다" 헤매는 '치매난민'

김서현 기자, 민수정 기자, 여승헌 기자, 신홍규 기자, 박상곤 기자
2026.09.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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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치매환자 100만시대, 인프라의 그늘 (上)

[편집자주]  한국의 치매환자가 올해 처음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환자와 가족이 마주하는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치매 환자를 위한 시설은 늘었지만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돌봄 시설을 찾아 헤매고, 증상이 심해지면 받아줄 병원을 다시 찾는 일은 되풀이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국내 치매 인프라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환자와 가족이 체감할 수 있는 '국가책임제'가 갈 방향을 짚어봤다.
검사부터 입소까지 '번호표'…치매환자 100만 시대 "갈 곳이 없다"

-연계 단절에 갇힌 돌봄망

17일 오전 경기도의 한 데이케어센터에서 노인들이 신체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17일 오전 경기도의 한 데이케어센터에서 노인들이 신체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아버지가 치매를 앓으시면서 가족들 건강까지 다 무너졌어요. 진단부터 돌봄시설 입소까지 필요한 절차가 한 번에 연결됐다면 가족들이 겪은 고통도 조금은 덜했을 겁니다."

A씨의 아버지는 2022년 77세가 되던 해 뇌경색과 알츠하이머를 한꺼번에 진단받았다. 건망증이 심해져 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고 병원 진료까지 이어졌지만, 아버지를 낮 동안 돌봐줄 데이케어센터(주야간보호센터)를 찾아 입소하기까지는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그 사이 아버지는 두 차례 더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편마비까지 생겨 단독주택 계단을 혼자 오르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지만 장기요양등급 재심사에서는 가장 낮은 5등급을 받았다.

A씨는 "치매 환자는 낯선 조사원이 찾아오면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린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며 "짧은 면담만으로는 평소 상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증상이 악화돼 요양원을 알아볼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A씨는 "남성 치매 환자라는 이유로 꺼리는 곳도 있었고 시설 내부조차 보여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이 겪은 돌봄 공백은 더 많은 가정의 고충이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지난해 약 96만명으로 추정된다. 고령화로 환자가 꾸준히 늘면서 올해 처음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환자와 가족이 체감하는 '검사-돌봄-중증 치료' 체계에는 여전히 빈틈이 적지 않다. 초기 검사와 상담을 담당하는 치매안심센터부터 일상 돌봄을 맡는 데이케어센터, 증상이 심해진 환자를 받아줄 치매전담형 시설과 병원까지 단계별 인프라는 갖춰졌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 치매 의심돼도 어디로 가야 할지…검사부터 막힌 첫 관문

치매 증상이 의심될 때 가장 먼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전국 257개 치매안심센터다. 정부는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조기 검사와 상담, 필요한 의료·돌봄 서비스로의 연계(코디네이션)를 지원한다. 하지만 정작 치매를 처음 마주한 가족들은 어떤 서비스를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4개월 전 시어머니의 치매 증상을 처음 겪은 B씨도 그랬다. B씨는 "시어머니가 갑자기 밤낮없이 수십통씩 전화를 걸고 불안 증세를 보여 온 가족의 일상이 멈췄다"며 "인터넷과 주변 지인들을 수소문해 정보를 모았지만 당시 치매안심센터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데이케어센터를 알려준 것 외에는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곳이 없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직접 찾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치매안심센터를 찾아가더라도 곧바로 진단과 관리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력 부족과 예약 적체 등으로 정밀검사를 받기까지 2~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감수하고 민간 병원을 찾기도 한다.

치매 진단을 받은 이후 초·중기 치매 환자의 일상 돌봄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시설은 데이케어센터다. 가족 대신 낮 동안 환자를 돌보면서 식사와 활동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센터 90% 이상이 민간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와 제한된 수가 등으로 도심 내 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보니 외곽으로 밀려나는 실정이다.

시설이 집에서 멀어질수록 부담은 다시 가족에게 돌아간다. 치매 환자가 매일 시설까지 오가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돌봄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증상 심해지면 더 좁아지는 선택지…떠도는 '치매 난민'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 선택지는 더 줄어든다. 중증 환자를 받아줄 치매전담형 시설·병상이 부족한 요양원에서 폭언이나 배회 등 치매 정신행동증상(BPSD)을 보일 경우 퇴소를 요구받는 이른바 '치매 난민'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7년간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돌본 C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C씨는 "아버지가 배회하거나 화를 내는 증상이 심해지자 요양원에서 받아주지 않으려했다"며 "그나마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공 요양병원이나 구세군 등 종교 단체 시설은 대기가 1년 이상 걸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결국 인력과 비용 문제가 원인으로 언급된다. BPSD가 심한 환자를 돌보려면 일반 환자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치매 관련 수가만으로는 추가 인건비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 등을 통해 치매 관리체계 개편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기관별로 나뉜 의료·돌봄 정보를 연결하고 실제 환자를 받아줄 인력과 시설을 확보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의료와 복지 데이터가 따로 놀아 발생하던 분절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역별 임대료 차등 보충과 치매 진료 인센티브 등 현장이 체감할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안심센터 257곳인데…인력 부족에 검사까지 수개월

-국가책임의 '빈틈'…인력난에 현장도 '흔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소재 치매안심센터에서 여성이 인지 검사를 받고 있다./사진=여승헌 기자.
지난 17일 오전 서울 소재 치매안심센터에서 여성이 인지 검사를 받고 있다./사진=여승헌 기자.

치매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한 치료·돌봄 서비스로 연결하는 '치매안심센터'가 인력 부족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밀검사를 받기까지 수개월을 기다리거나 진단 이후 필요한 장기요양·돌봄 서비스를 보호자가 직접 알아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20일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 중인 치매안심센터는 257곳이다.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 도입 이후 전국적으로 확충된 숫자다. 센터는 치매 예방부터 선별·진단검사, 사례관리, 가족 지원 등을 담당한다. 진담검사는 앞서 진행한 선별검사에서 '인지저하'로 판정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치매 환자는 57만3497명이다.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최근 3년 내내 57만명을 웃돌았다.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늘면서 치매안심센터가 담당해야 할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는 첫 단계부터 병목이 발생한다. 치매안심센터에서 선별검사를 받은 뒤 인지 저하가 확인되면 진단검사를 거쳐 병원 진료 등으로 연계된다. 문제는 센터가 정밀 진단검사까지 맡으면서 일부 지역에서 대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밀 진단검사는 한 사람당 길게는 2시간가량 걸린다. 센터 관계자는 "일부 자치구에서는 정밀검사를 받으려면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센터 10곳 중 6곳 '필수인력 부족'…사람 빠지면 업무부담 커지는 악순환

/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검사 대기가 길어지는 배경에는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도 있다. 지난해말 기준 전국 치매안심센터 가운데 필수 인력을 모두 갖추지 못한 곳은 61.3%다.

치매안심센터에는 관련 기준에 따라 간호사와 1급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임상심리사 등 전문인력이 배치된다. 하지만 지역별 인력 수급 사정과 업무 규모, 채용 여건 등의 차이로 일부 직종은 공백이 이어진다. 특히 임상심리사는 배출 인원에 비해 복지분야에서의 수요가 많아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센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력이 부족해지면 남은 직원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가중된 업무가 인력 이탈을 부르는 악순환도 발생한다. 현재 치매안심센터 종사자 10명 중 4명가량은 비정규직이다. 평균 근속연수도 4년을 조금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 환자는 증상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담당자가 자주 바뀌면 환자 관리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임상심리사는 진단검사를 수행하는데, 관련 교육을 받은 간호사도 해당 업무 수행이 가능해 서비스 제공에는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별 인구구조 등을 고려해 치매안심센터를 유형화하고 인력배치와 업무범위 등을 재설계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집 가까워야 하는데 버티기 어렵다…밀려나는 치매 돌봄시설

-임대료·인건비 부담에 밀려나는 데이케어센터

17일 오후 경기도의 한 데이케어센터에서 노인들이 신체운동 '슬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17일 오후 경기도의 한 데이케어센터에서 노인들이 신체운동 '슬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 "자, 손을 끝까지 크게 뻗으세요!" 지난 17일 경기도의 한 데이케어센터(주야간보호센터). 요양보호사의 구호에 맞춰 치매 노인 56명이 일제히 팔을 뻗었다. 아침 죽으로 속을 달랜 뒤 시작하는 '몸 깨우기' 시간이다. 어르신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인지·신체 활동을 병행하며 하루를 보낸다.

초·중기 치매 환자가 집을 떠나지 않고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핵심 돌봄 시설인 데이케어센터가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새로 문을 여는 시설도 줄어들고 있다.

20일 머니투데이가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데이케어센터 신설·폐업 현황'에 따르면 폐업 센터는 2023년 479곳에서 지난해 562곳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신설 시설은 656곳에서 630곳으로 줄었다.

데이케어센터는 대부분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데이케어센터 가운데 민간이 운영하는 비중이 90%가 넘는다.

최근 3년간 데이케어센터 신설·폐업·휴업 현황/그래픽=윤선정
최근 3년간 데이케어센터 신설·폐업·휴업 현황/그래픽=윤선정

민간이 꼽는 첫번째 어려움은 장소 확보다. 데이케어센터는 이용자 특성상 주거지와 가까울수록 접근성이 높지만 도심의 높은 임대료에 각종 시설 기준까지 맞춰야 해 적절한 공간을 구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확보도 현장에서는 부담으로 꼽힌다. 이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지만 주차 공간이 협소한 소규모 센터에서는 매일 어르신을 태우고 내리는 송영 차량의 승하차 공간까지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한 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하는 50대 A센터장은 "지금도 몇백만원 가량의 임대료가 큰 부담인데 이용이 편리한 도심 주거지는 임대료 부담이 훨씬 크다"며 "1년 전 데이케어센터 인수를 결정할 때 했던 고민의 80%가 임대료"라고 말했다.

센터를 설립하려면 노유자시설 등 용도변경을 거쳐야하는데, 노인만 이용하는 시설인데도 유아용 변기 덮개를 의무 설치해야 하는 등 현장과 맞지 않는 규정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묶인 수가에 인건비도 한계…돌봄 인력도 고령화

시설을 마련한 뒤에도 운영 부담은 계속된다. 데이케어센터는 장기요양보험법의 적용을 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등급과 수가를 관리한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장기요양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0.9% 수준에 그친다. 인건비와 임대료,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수가 인상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치매 환자의 돌봄 난이도가 수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매 4~5등급 환자는 신체 기능이 비교적 양호하더라도 인지기능 저하나 배회·폭언 등 행동심리증상(BPSD)이 나타나면 지속적인 관찰과 돌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신체 기능을 중심으로 한 현행 장기요양등급과 수가 체계만으로는 이 같은 돌봄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낮은 수익성은 인력 문제로도 이어진다. 서울에서 한 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하는 40대 B씨는 "수가에 한계가 있다 보니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올리기 어렵고 젊은 인력이 완전히 끊겼다"며 "현장 종사자들의 평균 연령은 60대를 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치매 진입이 본격화될 때 돌볼 인력이 남아있을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를 공공이 담당하는 식으로 민간과 공공의 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B씨는 "공공이 세금을 투입해 시설을 확충한다면 민간 시설과 단순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민간이 감당하기 힘든 BPSD 심화 환자나 중증 사각지대 어르신을 전담 수용하는 등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데이케어센터는 치매 어르신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 시설이지만 지역 간 쏠림과 격차가 심각한 상태"라며 "현실적인 수가 개편과 함께 노인 데이케어센터를 필수 복지 시설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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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기자

사회부 기자입니다

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사회부 사건팀 민수정입니다.

여승헌 기자

안녕하십니까, 여승헌 기자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홍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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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곤 기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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