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 가장 노릇" 대학 대신 빵공장 갔는데…20대 비극에 전국 분노[뉴스속오늘]

"어린 딸 가장 노릇" 대학 대신 빵공장 갔는데…20대 비극에 전국 분노[뉴스속오늘]

이소은 기자
2026.10.1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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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SPL 제빵공장 사고 발생 당시 뉴스 보도. /사진=JTBC 캡처
SPL 제빵공장 사고 발생 당시 뉴스 보도. /사진=JTBC 캡처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22년 10월 15일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사회에 뛰어든 20대 여성 A씨가 일터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SPC그룹의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직원이 소스 혼합기에 몸이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 2인 1조로 일하는 공정이었지만 사고 당시에는 현장에 A씨밖에 없었다.

불과 며칠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전조치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주일 전에도 같은 사고 있었는데…"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SPL 제빵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오전 6시 20분께였다. A씨의 앞치마가 샌드위치 소스 혼합기 기계에 빨려 들어가 상반신까지 끼었다. 2인 1조로 일하는 공정이었지만 다른 직원이 자리를 비우고 A씨가 홀로 근무하던 중 사고가 났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는 40명이 넘는 직원들이 함께 근무 중이었다. 일부 직원이 소스를 모두 퍼내고 A씨를 꺼냈다. A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교반기의 압력으로 A씨 시신의 상태가 온전치 못했기에 직원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그러나 공장 측은 사고 기계만 천으로 가리고 당일 저녁에도 직원들을 밤새 투입했다.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는 불과 일주일 전에도 비정규직 직원의 손이 20분간 기계에 끼는 사고가 있었다. 그러자 현장 담당자는 이 직원을 병원 대신 보건실에 데려간 후 '3개월 파견직이니 알아서 병원에 가라'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직원은 택시를 타고 혼자 병원에 가서 치료받았다.

이 공장에서 201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발생한 사고 피해자만 37명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 중 15명이 끼임 사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끼임 사고가 가장 잦았지만 끼임 사고 방지 장치인 '인터록'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SPC 측은 해당 장치를 설치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사고 언급 없이 해외 매장 홍보자료 뿌려

SPL 제빵공장 사고 발생 당시 뉴스 보도. /사진=JTBC 캡처
SPL 제빵공장 사고 발생 당시 뉴스 보도. /사진=JTBC 캡처

A씨 유족은 "딸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 대신 빵 공장을 선택한 건 가정형편 때문이다. 요새 사정이 더 어려워져 주간에서 야간 근무로 바꿨는데 어린 딸이 가장 노릇을 하게 된 게 한스럽다"고 토로했다.

사고 이후 SPC그룹의 대응과 조치는 거센 비판에 부딪혔다. SPC 그룹은 사고에 대한 공식 언급 없이 사고 다음 날인 16일부터 파리바게뜨의 9번째 해외 진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허진수 당시 글로벌 총괄 사업 사장이 나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에 의도적으로 사고 관련 기사들을 '밀어내기'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고 이틀이 지나서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공식적으로 사고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허 회장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병목을 빈다"며 '작업환경 개선'과 '시설투자' 등 재발 방지를 거듭 약속했다.

노조 측은 이번 사고가 사측의 안전 매뉴얼 무시 등으로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2인 1조로 근무하게 규정해놨지만, 기계를 만지는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명은 재료를 나르거나 주변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상황이 원래부터 많았다. 안전을 위한다면 3인 1조로 근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중심 '불매운동' 확산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계열사 관계자들이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하고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계열사 관계자들이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하고 있다.

SPC 계열 공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꾸준히 지적되던 중 이번 사고는 SPC 상품 불매운동에 불을 지폈다. 트위터 등에서는 경쟁사 브랜드를 공유하거나 동네 빵집 이용을 장려하는 등 다양한 방법의 불매 운동이 전개됐다. 제빵업계의 대목으로 꼽히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케이크를 불매하면 타격이 크다는 온라인 글도 확산했다.

불매운동으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예상되자 SPC 그룹은 소보루빵, 단팥빵, 식빵 등 13종의 빵에 대한 반품을 허용하기로 했다. 파리바게뜨 판매량이 떨어진 만큼 본사 측에서 유통기한 내 판매되지 않은 제품을 재구매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그룹은 반품 지원 품목을 35종까지 대폭 확대했다.

이듬해 8월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은 강동석 SPL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또 SPL 법인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사고 발생 공장장 등 관계자 3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함께 재판에 넘겼다.

2025년 1월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6단독 박효송 판사는 강동석 SPL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장장 등 회사 관계자 3명에게는 금고 4~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회사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1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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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기자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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