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운동장을 보내는 사람들-직원]
주차요원·청소노동자·안내요원까지…향후 일자리 불투명
야구장·수영장 문 닫아 추억도 뒤로…"팬들 더는 못 봐 아쉬워"

"이제는 사라질 풍경이라니 아쉽네요."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만난 70대 전모씨는 함성이 울려퍼지는 야구장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년간 이곳에서 주차요원으로 일한 전씨는 잠실야구장이 철거되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는 "경기장이 사라지면 일을 못하게 된다는 걸 알고 왔다"면서도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년퇴직하고 왔는데 일자리가 사라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열정적인 팬들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며 "지방에서 올라온 선수 가족분들이 먹을 것을 챙겨줬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올해 말 잠실종합운동장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야구장 주차요원과 안내요원 등 현장 직원들도 일터를 떠날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오랜 시간 추억을 쌓아온 공간이 사라지는 데 대한 아쉬움과 함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날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잠실야구장 일대는 양 팀 유니폼을 갖춰 입은 팬들로 북적였다. 주차장에선 수년간 야구장을 지켜온 주차요원들이 형광 조끼를 입고 안내봉을 흔들며 차량을 안내했다. 차량이 들어올 때마다 달려나가 운전자들에게 빈자리를 안내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10년째 주차요원으로 일한 조승준씨(65)는 "경기장이 철거되면 일을 못하는 것"이라며 "불안하지만 직업이 없어지더라도 열심히 다시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올해 주차요원 일을 시작한 김모씨(76)도 "내년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안 뽑을거란 얘기도 있고, 극소수만 뽑는다는 말도 돈다"며 "정확한 계획을 알 수가 없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약 4년간 종합운동장에서 일한 환경공무관 김모씨(76)는 "철거 이후에 새로 사람을 뽑을지 안 뽑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계속 이곳에서 일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다"고 답했다.

야구장 안내요원으로 일하는 청년들은 일터에서 쌓은 추억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20대 아르바이트생 A씨는 "잠실야구장은 경기를 보러 오기도 하고 일하러 오기도 했던 곳"이라며 "임시 구장에서도 일할 수 있겠지만 많은 추억을 쌓은 공간이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7년 전 처음 안내요원 일을 시작한 방문빈씨(25)는 "더운 날 선수단과 운동장 관계자들이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던 게 기억난다"며 "임시 구장 일자리 공고가 나오면 지원해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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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는 곳은 야구장뿐만이 아니다. 시민들의 생활체육 시설인 잠실수영장도 이달을 끝으로 운영을 중단한다. 14년간 이곳에서 일했다는 서울시 공무원 B씨는 "퇴직에 가까운 나이까지 이곳에서 일했다"며 "정해진 건 없지만 수영장이 문을 닫으면 보직이 바뀔 것 같아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보는 회원들과도 많이 가까워졌는데, 더는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1984년 완공돼 40년 넘게 시민 곁을 지켜온 잠실종합운동장은 서울시의 '잠실 스포츠·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복합개발 사업'에 따라 올해 말 철거된다. 기존 야구장을 대체할 3만명 규모의 돔구장 등 새로운 시설은 2032년까지 조성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