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 사건을 넘겨받은 공소청 검사가 '구속영장 청구 전 면담' 과정에서 피해자 변호인의 의견을 참고해 영장을 청구한 사례가 확인됐다. 2차 가해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변호인만 면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장 청구 과정에서 피해자 쪽 의견까지 듣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청이 제도의 취지와 인권보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전 면담 제도의 활용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례로 인권 침해 요소를 방지하면서 피해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공소청 남양주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박수)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자고 있던 피해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성폭력처벌법위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A씨 사건과 관련, 최근 구속영장 청구 전 면담 절차를 가진 후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면담에는 검사와 수사기관, 피의자 외에도 피해자의 변호인이 함께 참여해 의견을 냈다. 이 과정에서 검사는 피해자 쪽 주장이 나올 때 피의자가 보이는 표정과 태도 등을 살피며 심증 형성에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청은 성범죄 사안의 특성상 상황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피해자 측 입장을 듣기로 결정하고 피해자와 피의자가 직접 대면할 경우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점 등을 고려해 변호인만 참석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구속영장 청구 전 면담 제도란 검사가 사건 관계인과 구속영장을 신청한 수사기관 담당자의 의견을 직접 듣고 영장 청구 여부를 정하는 것이다. 사건 관계인에는 피의자와 피해자가 모두 포함된다.
기존에도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 피의자를 면담하는 절차는 존재했다. 다만 지난달 2일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관련 제도가 명문화됐다. 검사가 수사 기록에만 의존하지 않고 면담 절차를 가져 수사의 적법·적정성·인권 침해 가능성 등을 따지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피해자 쪽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해 영장을 청구하고, 인권보호를 위해 변호인을 대신 참석 시킨 사례는 사실상 최초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앞으로 사기 범죄, 폭력 범죄 등 다양한 유형의 범죄에서 피해자 변호인만 면담에 참석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공소청 관계자도 "피해가 중대하지만 피의자와 피해자의 대면이 필요한 사건의 경우 이번 사례처럼 피해자 변호인만 참석시키는 방식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길이 열렸다고 본다"며 "청 차원에서 면담 제도 활용을 독려하고 있는 만큼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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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부산지방공소청은 지난달 14일 면담 제도를 처음으로 활용해 경찰에서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검사는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를 받던 A씨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B씨를 직접 면담한 후 수사기관에 증거 미비 부분에 대한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