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돈 버는 해외진출] <4> (下)

신한투자증권 베트남법인(SSV)의 현지 투자은행(IB)·리테일 부문 수익 성장이 주목받는다. 업계에서는 IB 부문이 대형 딜을 앞두고 있고 리테일 부문도 자본금 확충을 검토하고 있어 사업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SV의 수익은 올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SV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06억원으로 전년 동기(172억원)보다 34억원 늘었다. 반기순이익은 36억원으로 같은 기간 9억원 증가했다. SSV는 신한투자증권의 해외 자회사 3곳(홍콩·베트남·인도네시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SSV는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신한금융그룹 사옥에서 현지에 진출한 계열사들과 연계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사옥에 입주한 계열사는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 신한파이낸스, 신한라이프, 신한DS 등이다.
당장 하반기에는 IB 부문 매출이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베트남 대기업과 IB 딜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국내 자금이 현지 인프라 사업에 투자되는 구조의 딜로 전해진다. IB업계에 따르면 이번 딜이 성사되면 올해 하반기 채권자본시장(DCM) 수수료 매출이 최소 40억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이후 SSV의 IB 부문 수익은 연평균 약 16% 성장했다.
SSV는 리테일 사업도 키우고 있다. 베트남 증권사들의 핵심 사업은 브로커리지다. 다만 국내와 달리 베트남 브로커리지는 신용공여 같은 주식담보대출이 수익의 중심이다. 대출 금리가 8~10%에 달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주식담보대출은 여신 사업인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수다. 현지 정부는 주식담보대출 한도를 자기자본의 2배로 제한하고 있다. SSV의 자기자본은 지난 6월 말 기준 1359억원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6위로, 1위인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자본금 확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 접점을 넓히기 위한 투자와 인공지능 전환(AX)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본사는 지난해 5월 베트남 최대 주식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금융정보업체 파이어앤트의 지분 17.66%를 취득했다. 이를 통해 SSV는 파이어앤트 가입자 210만명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했다. SSV의 활동 계좌는 2만개로 추가 고객이 유입될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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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V는 파이어앤트와 별도의 사업협력계약을 맺고 AI 어드바이저, 데이터 분석 기반 마케팅, 비대면 계좌개설(e-KYC), 데이터 시각화, 리마이저(투자권유대행인) 성과 조회 등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그 결과 SSV는 지난 6월 오픈AI의 'Apps in ChatGPT'에 'Shinhan Securities Assistant'라는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앱을 정식 출시했다. SSV 계좌 보유 고객은 챗GPT에서 자신의 잔고와 보유 종목을 불러와 AI와 대화하며 분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SSV는 커버드워런트(CW) 31종목을 현지 증시에 상장하고 크로스보더 채권 발행을 주관하는 등 매출처를 다변화했다. CW는 국내 주식워런트증권(ELW)과 비슷한 상품이다. SSV가 자기자본을 활용하는 트레이딩 하우스로 진화하는 전환점이 됐다. SSV는 내년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로 나설 계획이다.
SSV는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먼저 IB 기반을 닦았다. 현지 기업 젤렉스(Gelex)의 보증부 사모사채(350억원) 발행 주관을 시작으로 CJ 꺼우제 영구대출(1000억원) 주선, 미래에셋파이낸스 김치본드 보증 사모사채(330억원) 발행, 다낭 쉐라톤 호텔 달러화 대출(580억원) 리파이낸싱 등을 진행했다. 역외 신디케이션론이 드물던 2019년에는 효성비나케미컬의 달러화 신디케이션론(7500억원)을 자문했고, 현지에 진출한 그룹사 신한베트남은행의 은행채 발행(3000억원)도 주관했다.


"베트남 내 외국계 증권사 중 MS(시장점유율) 1위 지위를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베트남 전체 증권사 중 8위에 올라 있는 상황이고 더 위를 향하겠습니다. 베트남 주식시장 성장에 발맞춰 외국계 증권사의 힘을 보여주겠습니다."
신현재 한국투자증권(KIS) 베트남 법인장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머니투데이와 만나 "상반기 거래대금 기준 MS는 3.11%로 베트남 전체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0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성장, 반기순이익은 204억원으로 90.5% 증가, 고객 수는 올 들어 20% 늘어난 18만2000명을 기록하는 등 영업 성과가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KIS베트남의 자기자본은 437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모회사인 한국투자증권에서 3000만달러를 증자받아 자본력을 확충했다. 올해는 6000만달러 규모의 신규 대출 지원도 앞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사회 결의를 거쳐 베트남 중앙은행에 신고 절차를 밟고 있다.
자본 확충으로 KIS베트남은 현지 주식담보대출 사업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주식담보대출은 이자수익률이 8~10%에 이르는 이른바 '돈 되는 사업'이다. 신 법인장은 "자본금이 커지면 할 수 있는 게 많다. 베트남에서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신용대출(주식담보대출)을 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본사의 도움으로 톱티어와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KIS베트남은 일부 대주주에게 쏠린 주식담보대출을 일반 개인에게 분산해 현지 투자 저변을 넓히려 하고 있다. 신 법인장은 "베트남의 주식 계좌 수는 베트남 인구 대비 13% 수준(1300만좌)이지만 주식담보대출은 일부 투자자에게 편중돼 있다. 예를 들어 100억원이라는 돈을 100명에게 1억원씩 분산해 일반 개인투자자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금융투자 시장에 출시된 상품은 많지 않다. 한국의 PB(프라이빗뱅커)와 같은 AM(에셋매니지먼트) 사업은 걸음마 단계다. KIS베트남은 현지에서 커버드워런트(CW)를 발행하는 등 한국 증권가에서 쌓은 선진적인 상품 설계·판매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신 법인장은 "한국에서 구조화 상품을 경험한 것은 향후 베트남의 AM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IB(투자은행) 업무를 하면서 AM 상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개인들에게 투자 참여를 늘리는 신사업 영역을 개척 중에 있다"고 했다.
실제로 KIS베트남은 올해 IB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채권자본시장(DCM)이 포화 상태인 가운데 외국계 증권사 중에선 처음으로 주식자본시장(ECM)에 진출했다. 베트남 채권시장 규모는 35조원이다. 이 중 97%가 부동산과 은행에 집중돼 있다. 나머지 8%는 제조업으로 시장 규모는 3000억원 남짓이다. 채권 발행 주관 수수료 1%를 따내기 위해 증권사 20곳이 경쟁하고 있다.
신 법인장은 "지난 4월 베트남 시총 규모 25위인 SHB의 120억원 규모 유상증자 딜을 클로징하면서 ECM(주식자본시장) 시장 진입에 성공했고 하반기에도 새로운 딜을 검토 중"이라며 "리테일 중심의 전략을 기반으로 삼아 IB까지 아우르는 베트남 종합증권사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법인장은 고려대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동원증권에 입사해 한국투자증권까지 27년간 한 회사에 몸담았다.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을 포함해 모두 7년간 해외에서 근무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영업을 맡기도 했다. KIS베트남에선 2024년부터 기관영업본부장을 지냈고 지난해 1월 법인장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