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메디테크(MEDITEK) 제주서 개최
딥테크 헬스케어 스타트업도 한자리에
"연결을 넘어 동반 성장으로 산업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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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독불장군처럼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분야가 바이오·헬스케어다. 병원과 정부, 주변의 지원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의료기기·헬스케어 분야 기술사업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행사 '2026 제4회 메디테크'(MEDITEK)가 9일 제주 메종글래드에서 사흘 일정으로 막을 올렸다. '연결을 넘어 동반 성장으로'를 주제로 내건 올해 행사에는 대학·연구소·병원·기업·투자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첫 기조강연을 맡은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길고 굽이진 여정'을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소화기내과 의사 출신인 그는 서울대·분당서울대병원에서 약 20년간 디지털 헬스케어를 총괄하다 2022년 카카오헬스케어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겼다.
황 대표는 먼저 카카오헬스케어가 5년 가까이 지켜온 지향점으로 △환자가 헬스케어 주권을 갖도록 하는 정보 비대칭 해소 △병원과 지역사회를 잇는 '커넥티드 헬스' △실제 변화를 만드는 '행동 가능한 AI'를 제시했다.
이런 방향은 세 가지 서비스로 구현됐다. 먼저 AI 기반 만성질환 관리 앱 '파스타'다. 당뇨에서 출발해 당뇨·비만·고혈압으로 영역을 넓혔으며, 약 140만명이 가입해 매월 35만~4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채혈 없이 혈당을 관리한 횟수는 5억건, 축적된 혈당 데이터는 10억건에 육박한다. 황 대표는 "저 역시 2형 당뇨 환자로, 우리 서비스와 비만치료제를 병행해 체중이 약 17% 줄고 당화혈색소가 7.2%에서 5.8%로 낮아졌다"며 "오는 10월에는 개인별 혈당 반응 예측 기능을 추가하고 AI 에이전트 형태로 서비스를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둘째는 카카오톡 기반 병원 예약·대기·결제·실손보험 청구 서비스 '케어챗'이다. 최근 카카오톡 '예약하기'에 병원 예약 기능이 입점하면서 대학병원과 2차 병원 등 70여곳이 참여하고 있다.
셋째는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이다. 병원마다 우수한 의료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표준화와 용어 불일치로 병원 간 통합이 어려웠던 문제를 AI로 풀었다. 수술기록·병리·영상판독 등 비정형 데이터를 대규모언어모델(LLM)로 정형화해 정확도를 90%대에서 최대 98%까지 끌어올렸고, 국제 표준코드 매핑도 자동화했다. 현재 27개 상급종합병원과 협력해 약 5000만명·20년치 임상데이터를 통합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이며,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노바티스·삼성바이오에피스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의료 AI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기존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국내 주요 EMR은 예외 없이 관계형 DB로 구성돼 벡터DB나 그래프DB를 내부에 심기 어렵다"며 "병원 전산팀과 연동하는 데만 6개월이 걸리는 일이 매일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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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카카오헬스케어는 AI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설계한 새 병원 시스템을 직접 만드는 '프로젝트 X'에 나섰다. 황 대표는 "진료·간호·약제 등 업무마다 이를 돕는 AI를 두되, 이들을 지휘하는 상위 AI와 실무를 처리하는 하위 AI로 층을 나눠 서로 대화하며 일을 분담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판단이 까다롭거나 위험한 순간에는 사람이 직접 개입해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넣었다.
황 대표는 "예방부터 병원 안팎, 유전체·임상 연구까지 전주기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풀스택 IT 서비스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두번째 기조강연자로 무대에 오른 김법민 범부처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장은 '범부처 첨단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소개 및 수주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단장에 따르면 올해부터 총 9408억원 규모의 '범부처 첨단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글로벌 신시장 선점과 필수의료기기 국산화를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글로벌 플래그십 △의료기기 코어기술·제품 개발 △의료현장 진입 역량 강화 등 3개 분야로 구성된다.
세부적으로는 AI 자율조향 내시경, 이식형 뇌 인터페이스, 차세대 양전자단층촬영(PET), 초고선량률 방사선 암치료기 등 6개 '게임체인저' 개발을 추진한다. 또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료로봇·임플란트·분자진단 등 미래 유망 분야와 함께 신생아 인공호흡기·인공혈관 등 필수의료기기 25종의 국산화를 지원한다.

이어 '메디테크 이노베이션 어워즈 2026'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 베스트 부문에는 경북대 산학협력단, 뉴브리즈, 바이오펩틱스, 비엠에이, 세로메드, 아라레연구소, 엔덴틱스, 엠비디, 퀀타큐브, 토모큐브 등 10곳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아라레연구소와 엔덴틱스는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COMPA) 특별상을 받았다. 시상식에 이어 기술 피칭과 일대일 상담(B2B 미팅), 초기 스타트업 IR(언박싱), 세미나·전시 등이 진행됐다.

앞서 용홍택 메디테크 조직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메디테크가 기술사업화의 다리 역할을 하는 헬스케어·의료기기 플랫폼의 중심축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축사에 나선 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의료기기·헬스케어는 기술 간 융복합이 빠르게 일어나는 대표적 딥테크 산업"이라며 "특구는 기술 가치가 시장으로 전환되는 데 어느 기관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구 내 코스닥 상장기업이 올해 8월 기준 249개로 늘었고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펩트론 등이 특구 생태계에서 성장했다는 점을 들며 "제주에서 시작된 만남이 글로벌 의료기기·헬스케어 기업으로 이어지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공동 주관기관으로 합류한 김병국 COMPA 원장은 "좋은 기술이 연구실을 넘어 국민 편익으로 이어지려면 연구자와 기업, 병원과 투자·정책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성 원주의료기기산업진흥원 원장은 "우수한 연구성과가 의료현장 수요와 만나고 사업화 역량과 투자 자본이 더해질 때 비로소 국민의 삶을 바꾸는 혁신으로 이어진다"며 "기술 발굴부터 연구개발·실증·인허가·사업화·투자·시장진출까지 전 과정을 잇는 든든한 연결자이자 협력 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는 메디테크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원주의료기기산업진흥원·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 등 8개 기관이 공동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