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가운데, 소아근시를 국가가 나서서 관리해야 한다는 안과 전문의 제언이 나왔다.
최미영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장(충북대 안과 교수)은 최근 쿠퍼비전코리아가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강남에서 개최한 소아근시 포럼에서 "19세 서울 거주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은 96.5%로 중국(87.7%), 대만(95.9%), 싱가포르(81.6%)보다 높다"며 "한국에선 소아근시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면서 고도근시로의 진행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도근시가 되면 망막박리·황반변성·녹내장 등 시력을 위협하는 안질환 위험을 높이는데, 소아근시를 개인의 관리 영역으로만 볼 게 아니라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보건의제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소아근시는 성인기 시각장애 위험과 연결된다. 최근 발표된 미국 연구에 따르면 근시 유병률이 10% 증가할 때마다 시각장애 환자가 약 100만명씩 늘었다.

근시 유병률 증가는 사회적으로도 시각장애 증가, 의료비 부담, 사회경제적 비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실명으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부담(의료비 등 직접 비용, 생산성 손실 같은 간접 비용 포함) 추산액은 1342억 달러(약 186조 원)에 달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비용이 2050년에 3730억 달러(약 51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 회장은 "세계적으로 근시 증가를 단순한 개인 건강 문제가 아니라 공공보건 문제로 바라보는 움직임이 커졌다"며 "우리보다 근시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에선 근시를 공공보건 의제로 다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 전체 인구의 근시 유병률은 41.6%로 동아시아(80~90%)보다 현저히 낮은데도, 최근 근시를 단순한 굴절이상이나 시력교정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건강 부담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으로 본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은 지난해 근시를 질병으로 분류하고 공공보건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근시보유율(41.6%)은 지난 30년간 66% 증가했다. 2050년 미국 시각장애의 43%가 근시 관련 질환때문에 발생할 것이라는 최근 연구 결과 전망도 있다.

국가 차원의 근시 관리가 근시 증가율을 억제한 사례는 대만에서 나왔다. 2013년 대만 연구에 따르면 학교 쉬는 시간에 교실 밖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한 학생군에서는 새로운 근시 발생이 감소했고(중재군 8.4%, 대조군 17.7%,), 근시 진행도도 더 적게(중재군 1년에 0.25디옵터, 대조군 0.38디놉터) 나타났다. 2018년 더 큰 규모(16개 학교 700명)의 연구에선 쉬는 시간에 바깥에서 활동하면 근시 진행과 안축장(각막부터 망막까지 이르는 눈의 앞뒤 길이) 증가가 모두 더 적었고, 급격한 근시 진행 위험도 5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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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연구는 비교적 단순한 생활습관 개입이 실제 임상 지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직사광선이 필수 조건이 아니고, 복도나 나무 아래 같은 중등도의 야외 빛만 쐬도 근시 예방에 도움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만 학생 시력보건 프로그램 책임 연구자인 우 페이창 대만근시질환학회 이사(가오슝 장강기념병원 안과 교수)는 "대만의 전국 학교 시력감시 시스템(TSVAS)의 2001~2015년 전국 초등학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정책 시행 후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며 "2010년 정책 시행 전 시력저하 유병률은 연간 약 1.58%씩 증가했지만, 시행 후 연간 약 2.34%씩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시 예방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고, 학교와 정부가 함께 개입하는 교육 시스템 차원의 접근이 효과를 거둔 것을 보여준 실사례"라며 "소아근시가 의료 문제를 넘어 공중보건과 정책의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근시가 늘면 고도근시도 늘고, 이는 시각장애 환자가 늘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높은 소아근시 유병률을 고려할 때, 근시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공공보건의제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