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사상 최대 실적의 3분의 1, 팔지 않은 주식이 만들었다
미국 증시가 8월 들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그런데 이번 랠리를 떠받친 기업 이익의 상당 부분은 빅테크가 팔지 않은 주식의 장부상 이익이었고, 정작 그 회사들의 현금은 순유출로 돌아섰다.

S&P500지수는 지난 13일 7798.99로 마감해 사상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앞선 5일 5만4349.12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이후 두 지수 모두 약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인공지능(AI) 실적 장세의 연장이다. 빅테크는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발표했고, 월가는 S&P500 목표치를 잇달아 올렸다. 씨티와 오펜하이머는 8100,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도이체방크는 8000 안팎, 웰스파고는 7950, JP모건·바클레이즈·스티펠은 7800선까지 전망치를 높였다.
그러나 8월 중순의 사상 최고가를 AI 실적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며 긴축 공포가 후퇴했다.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쟁 프리미엄이 완화되며 유가도 꺾였다. 수급 여건도 달라졌다. 닷컴버블 붕괴 직후 만들어진 개인 데이트레이딩 안전장치가 25년 만에 풀리면서 레버리지 투자가 다시 커진 것이다. 여기에 AI 실적의 상당 부분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회계상 평가이익이라는 점까지 더하면, 지금의 랠리를 밀어올린 힘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AI라는 성장 서사에 올라탄 회계상 이익, 긴축 공포의 후퇴, 유가 안정, 그리고 레버리지 확대다.
문제는 이 네 가지 중 상당수가 지속 가능한 펀더멘털이라기보다 되돌릴 수 있는 변수라는 점이다. 금리 기대는 다음 물가와 고용 지표에 따라 다시 바뀔 수 있다. 유가는 중동 정세 한 번으로 방향을 바꾼다. 회계상 평가이익은 현금이 아니다. 레버리지는 상승장에서는 연료지만 하락장에서는 증폭 장치가 된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AI라는 강력한 성장 서사 위에 회계상 이익, 레버리지 확대, 금리 안도, 유가 안정이 포개진 지금의 장세를 짚어보고, 그 이면에 쌓이고 있는 자본지출 부담과 유럽으로의 전이 리스크까지 함께 살펴봤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S&P500 기업 이익증가율은 50.4%로 집계됐다. 2021년 2분기 이후 최고치다. 그러나 이 중 18.4%포인트는 알파벳과 아마존의 지분증권 평가이익에서 나왔다. 두 회사를 빼면 이익증가율은 32.0%로 낮아지지만 그래도 7분기 연속 증가세이며, 다만 이익의 '질'은 따져볼 필요가 잇다. 같은 기간 S&P500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은 13.2%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파벳(구글 모회사)이다. 알파벳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2분기 보고서(10-Q)를 보면 매출은 1197억9600만달러로 24.2%, 영업이익은 407억7000만달러로 30.4% 늘었다. 반면 순이익은 1121억930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약 4배로 불었다. 격차는 영업외손익에서 나왔다. 2분기 영업외손익 순액 979억8300만달러 안에는 지분증권 평가이익 990억3100만달러가 포함됐다. 전년 동기 12억8600만달러에서 약 77배 늘어난 규모다.
이 손익의 78%인 773억5400만달러는 비상장 지분의 미실현 평가이익이다. 알파벳은 "주로 한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라고만 밝혔지만, 외신들은 이를 앤트로픽으로 지목했다. CNBC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5월 28일 시리즈H로 650억 달러를 조달해 기업가치 9650억 달러를 확정했다. 2월 시리즈G 때는 3800억 달러였다. 알파벳의 1·2분기 평가이익이 두 라운드 시점과 맞물린다. 상장·기타 지분 평가이익은 213억9900만 달러에 그쳤다. 알파벳은 매각제한이 걸린 스페이스X 주식 941억 달러를 레벨1로 분류해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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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의 크기는 회사가 스스로 밝혔다. 알파벳은 990억 달러의 지분증권 손익이 법인세를 219억 달러, 순이익을 771억 달러, 희석 주당순이익(EPS)을 6.26달러 끌어올렸다고 공시했다. GAAP 기준 EPS 9.11달러에서 6.26달러를 걷어내면 2.85달러다. 시장 컨센서스(2.88~2.89달러)를 밑돈다.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낸 분기의 '진짜 EPS'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뜻이다.
아마존의 공시는 더 구체적이다. 앤트로픽 자금조달에 따른 관찰 가능한 가격 변동을 반영해 2분기 약 505억 달러, 상반기 628억 달러를 무의결권 우선주 상향조정으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2분기 순이익 626억4700만 달러 가운데 세전이익(808억5700만 달러)의 66%가 이 항목이다.

관건은 보유 형태다. 아마존이 2023년 3분기부터 투자한 전환사채 80억 달러는 매도가능증권이어서 평가손익이 기타포괄손익에 머문다. 반면 무의결권 우선주 평가손익은 영업외손익을 거쳐 순이익에 반영된다. 아마존은 2025년과 2026년 1분기에 전환사채 일부를 우선주로 전환했고, 그만큼이 순이익 인식 대상으로 옮겨왔다. 6월 말 잔액은 전환사채 979억 달러, 우선주 925억 달러로 둘 다 레벨3 자산이다. 같은 투자라도 보유 형태와 전환 시점에 따라 어느 분기에 얼마가 잡히는지가 달라지는 셈이다. "AI가 돈을 벌었다"는 문장만으로는 부족한 이유다.
평가이익은 양방향으로 움직인다. 스페이스X는 공모가 135달러로 상장해 211.39달러까지 올랐다가 7월 108.27달러까지 밀렸고 8월 중순 14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3분기엔 평가손실이 날 수도 있다. 반대로 앤트로픽이 더 높은 값에 기업공개(IPO)나 추가 라운드를 진행하면 이익이 더 붙는다.
현금흐름표는 반대 얼굴을 보여준다. 알파벳의 2분기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58억5500만 달러였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390억 달러보다 설비투자가 449억 달러로 더 많았기 때문이다. 알파벳이 분기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낸 것은 2004년 상장 이래 처음이다. 아마존도 2분기 마이너스 76억8900만 달러, 상반기 마이너스 248억9100만 달러를 기록해 1년 전 181억8400만 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아마존은 이미 12개월 누계 기준으로 적자이고, 알파벳은 아직 연간 기준으로는 흑자이지만 적자 전환 속도가 빠르다. 올해 설비투자 가이던스 1950억~2050억 달러는 2025년의 약 2.2배이며, 상반기에만 805억9800만 달러를 집행해 지난해 연간(914억4700만 달러)의 88%를 이미 채웠다.
실적 자체가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알파벳 영업이익은 30.4%, 아마존은 43% 늘었고 AWS 매출도 36.7% 성장했다. 두 회사를 뺀 S&P500 이익증가율 32.0%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쟁점은 비현금 평가이익을 시장이 영업성과와 같은 성격의 '사상 최고 실적'으로 읽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 변화가 수급 상황을 바꿔놓은 점도 변수로 꼽힌다. 닷컴버블 붕괴 직후 만들어진 개인 데이트레이딩 규제가 2026년 6월 빗장을 다시 열었기 때문이다.
2001년 2월 전미증권업협회(NASD·현 금융산업규제국 FINRA의 전신)는 규정 4210에 패턴데이트레이더(PDT) 조항을 신설했다. 5영업일 안에 4회 이상 당일매매를 하면 해당 투자자를 패턴데이트레이더로 지정하고, 증거금 계좌에 최소 2만5000달러를 유지하도록 한 규정이다. 닷컴버블이 터진 뒤 소액 계좌 개인들이 레버리지 일중매매로 계좌를 소진하는 사례가 이어진 데 따른 장치였다.

그 장치가 25년 만에 사라졌다. SEC는 지난 4월 14일 FINRA 규정 4210 개정을 승인했고, FINRA는 4월 20일 규제공지 26-10을 내 시행일을 6월 4일로 확정했다. 2만5000달러 요건과 당일매매 횟수 계산은 모두 폐지되고, 계좌의 실시간 시장 노출에 맞춰 증거금을 관리하는 '장중 증거금' 기준으로 전환됐다. 이제 일반 증거금계좌 최소 요건인 2000달러만 있으면 횟수 제한 없이 당일매매를 할 수 있다.
규제가 풀린 시점은 공교롭게도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향해 가던 바로 그 국면이었다. 개인 투자자의 빚과 초단기 옵션 거래가 함께 늘었다. FINRA가 공개한 6월 신용융자 잔고는 1조5021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6.1%, 전년 대비 49.0% 늘어난 수치다. 순 신용잔고는 마이너스 1조612억 달러로 사상 최저였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긴 현금보다 빌린 돈이 1조 달러 이상 많다는 뜻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2분기 자료를 보면 당일 만기 옵션(0DTE)이 S&P500 지수옵션 거래량의 65%를 차지했다. Cboe는 PDT 폐지로 소액 계좌의 거래 마찰이 줄어든 점을 배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0DTE 거래량은 연초 대비 46.2% 증가해 하루 2000만 계약을 넘어섰다. 다만 규제 변경이 이런 증가를 만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0DTE 비중은 2025년 3분기에 이미 평균 65%였다. 2022년 이전에는 10~20% 수준이었다.
연준도 5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헤지펀드 레버리지가 높은 수준이며 대형 펀드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은 신용융자와 초단기 옵션으로, 기관은 헤지펀드 레버리지로 각각 위험자산 노출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상승장에서는 이런 자금이 주가를 밀어 올린다. 하지만 가격이 꺾이면 반대매매와 포지션 청산이 하락을 더 키울 수 있다.
이번 랠리의 경고음은 여기에 있다. 닷컴 붕괴 직후 만들어진 투기 억제 장치가 닷컴버블과 비교되는 밸류에이션 국면에서 풀렸다. 그리고 두 달도 안 돼 개인의 빚은 사상 최고로 불어났다. SEC와 FINRA의 리테일 접근성 확대 기조는 투자 기회를 넓힌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 안정성과는 충돌할 수 있다. 접근성이 높아진 시장에서 레버리지가 커질수록 조정은 더 빠르고 거칠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시 랠리의 배경은 금리 인하 기대보다 추가 인상 리스크의 후퇴에 있다.
연준은 7월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대 3으로 기준금리를 연 3.50~3.75%에 동결했다. 베스 해맥, 닐 카시카리, 로리 로건이 0.25%포인트 인상을 선호해 반대표를 던졌다. 6월 점도표에서는 정책위원 절반 가까이가 연내 최소 한 차례 인상을 지지했다.

8월 7일 발표된 7월 고용지표가 흐름을 바꿨다. 비농업 부문 고용은 2만3000명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는 8만3000명 증가였다. 노동통계국은 5·6월 합계치를 10만3000명 하향 수정했다. 실업률은 4.1%로 내렸지만, 이는 경제활동참가율이 61.4%로 떨어진 결과였다.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3.2%로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12일 나온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시장에 안정 신호를 줬다. 7월 헤드라인 CPI는 3.4%, 근원 CPI는 2.5%로 확인됐다.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1.5% 떨어지며 5월 4.2%까지 치솟았던 물가가 정점을 통과했음을 확인시켰다.
기관 전망은 갈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향후 세 차례 인상 전망을 유지했다. 반면 르네상스매크로는 9월 결정이 사실상 "동전 던지기"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증시는 후자에 가까운 쪽을 택했다.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공포가 누그러지자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할인율 부담이 낮아졌다. AI 주식은 특히 금리에 민감하다. 미래 이익 기대가 큰 종목일수록 할인율 변화에 가격이 크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8월 중순 랠리의 중요한 배경은 바로 이 긴축 공포의 후퇴였다.
다만 이 요인은 가장 쉽게 뒤집힐 수 있다. 지난 19일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은 매파 기류가 반대표 3인을 넘어 훨씬 넓게 퍼져 있었음을 보여줬다. 의사록에는 "인플레이션이 내려오지 않으면 정책 긴축이 필요할 것"이라는 참석자들의 언급과, 현재의 금융여건이 물가를 2%로 되돌릴 만큼 긴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일부 의견이 담겼다. 동결에 표를 던진 위원 중 일부도 7월 인상이 "더 가파르고 값비싼 긴축 연쇄를 막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의 금리 안도는 확정된 완화가 아니라,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데 따른 안도 랠리에 가깝다.
유가 안정세도 증시에 청신호로 작용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이번 분쟁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됐다. 4월 휴전과 6월 양해각서에도 전투는 7월 재개됐고, 미국은 8월 초 해상봉쇄를 다시 폈다. 전쟁 전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8월 4~6일 하루 8~15척으로, 분쟁 전 130척에서 급감했다. 7월 중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고유가는 물가를 자극하고, 물가는 다시 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운다. 주식시장에는 이중 악재인 셈이다.
8월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이란과의 해협 재개 합의가 임박했다"고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 기대는 유가를 끌어내렸고, 유가 하락은 다시 물가와 금리 우려를 낮췄다. 13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87.07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1.25달러로 각각 2% 넘게 떨어졌다. BofA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연말 유가 전망이 86달러에서 71달러로 급반전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유가 안정은 증시에 즉각적인 호재다. 소비자의 휘발유 부담을 낮추고, 기업의 비용 압력을 줄이며, 중앙은행의 긴축 명분도 약화한다. 하지만 이 역시 펀더멘털 개선이라기보다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의 축소에 가깝다. 미·이란 전쟁은 8월 중순 현재 종결되지 않았고, 해협 재개는 아직 합의 임박 단계에 머물러 있다.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 유가와 금리, 주식시장의 조합은 언제든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미국 증시 내부의 구조적 문제는 시장 폭이다. 상승장이 넓게 퍼진 것이 아니라 소수 빅테크와 AI 인프라 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대형주 7개사를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의 S&P500 내 시가총액 비중은 6월 초 35%로 지수 역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1957년 이후 상위 7개 종목의 평균 비중은 약 17%였다. 과거 최고치는 1980년 에너지 붐 때와 2000년 3월 닷컴 정점 때의 약 26%였다.
![[마운틴뷰=AP/뉴시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1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구글 I/O 2026'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구글은 이날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3.5 플래시'를 공개하고, 자율형 AI 에이전트의 대중화 시대를 선언했다. 2026.05.20.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1915102063974_7.jpg)
AI 자본지출은 미국 경제 성장률 자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AI 인프라 투자 수혜 기업이 2026년 S&P500 EPS 증가분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1.1배로 S&P500 전체와 같은 배수다. 반면 PIMCO는 2026~2027년 하이퍼스케일러 자본지출이 영업현금흐름의 약 94%를 소진할 것으로 추정했다.
로이터가 LSEG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집계한 빅테크 5개사(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의 2026년 합산 자본지출 전망치는 올해 1월 4850억 달러에서 7월 7300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크레디트사이츠는 같은 5개사 기준 약 7500억 달러, 팩트셋은 6900억 달러 이상으로 잡는다. 집계 기업과 기준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방향은 같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빅테크의 지출 계획이 불과 반년 만에 대폭 상향 조정된 것이다.
투자 부담은 현금흐름 대비로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27년에는 이들 기업이 추가로 벌어들이는 현금 1달러당 1.57달러를 다시 투자해야 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인프라 경쟁이 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을 그만큼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족한 현금은 채권시장이 메우고 있다. 알파벳의 장기차입금은 상반기에만 111% 늘어 982억 달러가 됐다. 데이터센터 관련 위험을 보완하는 성격의 신용파생상품 명목금액도 지난해 말 169억4000만 달러에서 올해 6월 말 437억8500만 달러로 2.6배 확대됐다.
물론 이런 대규모 투자에도 영업 기반 자체는 흔들리지 않았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82% 급증한 247억6800만 달러를 기록했고, 계약은 체결됐지만 매출로 아직 인식되지 않은 수주잔고는 5140억 달러로 처음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AI 투자가 실제 수요로 뒷받침되고 있다는 근거다.
이 분석은 AI 투자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AI 투자는 분명 성장 엔진이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망, 냉각설비, 클라우드 서비스가 동시에 움직인다. 그러나 성장 엔진이 하나에 집중될수록 경제와 시장은 그 엔진의 속도 변화에 취약해진다. AI 수요가 예상보다 느려지거나, 투자 대비 수익화가 늦어지거나, 전력·규제·공급망 병목이 생기면 성장률과 주가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미국 AI 랠리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 소속 이코노미스트 5명은 지난 17일 ECB 블로그에 올린 'AI 붐: 합리적 열광인가, 또 하나의 닷컴버블인가'라는 글에서 미국 기술주 밸류에이션의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들은 철도와 전기, 인터넷 등 과거 기술혁명의 사례가 "우려스러운 결론"을 가리킨다며, 현재의 밸류에이션이 합리적이든 비합리적이든 조정은 예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오늘의 가격이 천장이라는 뜻은 아니며, AI가 충분히 혁신적이라면 조정 이후에도 밸류에이션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단서도 함께 달았다.

ECB가 특히 주목한 것은 유로존 가계의 간접 노출이다. 유로존 가계는 저비용 상장지수펀드(ETF)와 펀드로 자금을 돌리면서 미국 기술주에 약 4400억 유로의 익스포저를 갖게 됐다(2025년 3분기 시가 기준). 대부분 직접 보유가 아니라 펀드와 ETF를 통한 간접 보유이며, 투자자 스스로 집중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저자들의 지적이다. 보험사와 연기금도 매그니피센트7에 상당한 규모로 노출돼 있다.
이 구조에서는 조정이 오면 매도 압력이 증폭될 수 있다. 미국 기술주가 하락하면 펀드 투자자는 환매에 나선다. 펀드는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 높은 자산부터 팔고, 조정이 길어지면 손실을 감수한 자산까지 처분한다. 매도는 밸류에이션을 더 낮추고, 낮아진 가격은 다시 환매를 부른다. ECB 이코노미스트들이 매그니피센트7의 조정을 개인 투자자의 손실 문제가 아니라 유로존 금융안정 문제로 본 이유다. 이들은 더 심각한 시나리오로 "주가 조정이 광범위한 시장 불안과 겹치는 경우"를 꼽으며, 닷컴 국면과 달리 지금은 금리를 내리거나 재정을 동원해 충격을 완충할 여력이 뚜렷이 적다고 지적했다.
ECB 이코노미스트들은 유로존 자체의 기술주 버블 위험은 미국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유로존 증시는 미국처럼 소수 대형 기술주가 지배하지 않고, 주가수익비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정보통신 부문의 생산성과 마크업이 오르고 있어 닷컴 시기와 달리 과열 징후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증시와 유럽 증시는 역사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미국 AI 주식이 흔들리면 유럽 증시는 물론 시장 심리와 자금 조달 여건, 고용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여기서 미국 내부 리스크와 해외 전이 리스크가 연결된다. 미국에서는 신용융자 잔고가 1조5021억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가계와 기관이 글로벌 ETF를 통해 미국 기술주에 노출돼 있다. 미국 내부의 레버리지와 해외의 간접 보유가 같은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조정은 국경 안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의 미국 증시 랠리는 허약하다고만 말할 수 없다. AI 수요는 실제이고, 빅테크의 영업 기반은 여전히 강하다. 알파벳과 아마존을 제외해도 S&P500 이익증가율은 32%에 달한다. 7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이익 증가라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다. 월가가 목표치를 올리는 것도 이런 펀더멘털을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강한 시장과 안전한 시장은 다르다. 연준은 5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산가치 압력이 높고 S&P500 PER이 역사적 분포 상단에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 보고서의 심각 시나리오는 주가 58% 하락을 가정한다.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은 8월 1일 41.96으로, 1999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44.2에 근접했다.
투자자들의 쏠림도 부담이다. BofA가 7월 2~9일 펀드매니저 2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펀드매니저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45%는 AI 버블을 최대 꼬리위험으로 꼽았다. 전월 28%에서 크게 오른 수치로, 2차 인플레이션 우려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응답자의 82%는 글로벌 반도체 롱을 가장 붐비는 거래로 지목했고, 현금 비중은 3.6%까지 낮아져 BofA의 현금규칙상 매도 신호에 해당했다. 응답자의 83%는 11월 중간선거 전에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계절성도 우호적이지 않다. BofA증권의 기술분석가 폴 시아나는 1928년 이후 8~10월이 S&P500의 최악의 3개월 구간이었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S&P500의 상승 확률은 55%, 평균 수익률은 -0.02%, 평균 최대낙폭은 7.35%였다.
그럼에도 월가의 목표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8월 3일 2026년 EPS 전망을 342달러에서 358달러로 올렸다. 이 목표치의 전제는 이익 성장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익이 어떤 질로 구성돼 있는지는 앞서 살펴본 2분기 실적이 이미 보여준 그대로다.
따라서 지금 시장의 핵심 질문은 "AI 랠리가 거품인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AI가 지금의 주가와 투자 규모를 정당화할 만큼 빠르게 현금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느냐다. AI 수요가 실적으로 이어지는 동안 랠리는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기대가 이미 가격에 깊게 반영된 만큼, 실적의 속도나 가이던스가 조금만 흔들려도 조정의 폭은 커질 수 있다.
다음 시험대는 8월 26일 엔비디아의 2027회계연도 2분기 실적이다. 시장은 엔비디아의 매출이 900억 달러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940억~950억 달러 수준도 거론된다. 이어 8월 28일에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 9월 11일에는 8월 CPI 발표, 9월 15~16일에는 FOMC가 예정돼 있다. AI 대표주의 실적과 통화정책 신호, 물가 지표가 차례로 확인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