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커트 M.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러시 도시 조지타운대학교 안보학 조교수,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동맹은 어떻게 생존하는가'

최근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 고조된 갈등은 역사적으로 반복돼 온 현상이며, 안보∙경제∙기술적 측면에서 동맹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커트 M.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러시 도시 조지타운대학교 안보학 교수는 최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동맹은 어떻게 생존하는가(How Alliances Survive)'에서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갈등이 거칠어지고 있지만 이를 동맹체제의 붕괴 신호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오히려 이러한 위기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일방적인 의존을 넘어 핵심 역량을 서로 결합하고 새로운 동맹체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자들은 먼저 미국과 동맹국 간 갈등이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라며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소개했다. 1950년대 수에즈 위기 당시 미국은 영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했고, 1960년대 프랑스는 나토 통합군사기구에서 이탈했다. 1970년대에는 미국 의회에서 유럽 주둔 미군을 절반 가까이 줄이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아시아에서도 닉슨 행정부는 한국에서 약 2만 명의 미군을 철수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 과정에서 일본과 대만을 당황하게 했다. 당시 한국과 대만이 독자적 핵 능력을 검토할 정도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불신은 심각했다.
경제적 갈등 역시 새로운 현상은 아니었다. 1971년 '닉슨 쇼크' 당시 미국은 달러의 금 태환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수입품에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에서도 미국의 보호무역 압력 아래 일본과 독일은 상당한 환율 조정을 감수해야 했다. 오늘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동맹국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미국이 경제력을 이용해 동맹국을 압박한 사례 자체는 역사상 처음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저자들은 갈등 없는 '동맹의 황금시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동맹체제는 처음부터 갈등과 위기를 반복하면서 발전했고, 때마다 동맹 붕괴론이 등장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 방위비 분담 압박은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증액과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촉진했고, 이후 미국과 동맹국들은 오커스(AUKUS), 쿼드(QUAD), 한일관계 개선, 반도체 수출통제, 우크라이나 지원 등 과거에는 쉽지 않았던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위협 인식이 수렴하고 있다는 점도 동맹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과거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에는 민감했지만 중국은 경제적 기회로 바라봤다. 반대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우려하면서도 러시아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은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유럽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로 보기 시작했고, 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의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 위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동맹국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달라지고 있다. 유럽은 막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한 중국산 제품의 수출 확대가 역내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점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물론 중국과 어느 수준까지 관계를 축소할 지에 대해서는 동맹국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공동 정책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공동의 문제 인식이며 바로 그 단계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시각이 과거보다 가까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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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동맹국 사이에 형성된 경제∙기술적 상호의존 역시 동맹의 생존성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 동맹국들이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오히려 유럽과 한국, 일본, 인도 등의 대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동안 대미 수출은 증가했다. 미국 역시 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을 재건하려면 한국과 일본, 유럽의 투자와 기술이 절실하다. 동맹국만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도 동맹국의 생산능력과 기술에 의존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군사 분야에서의 미국과 동맹국의 연결은 더욱 강하다. 유럽이 자체 방위산업을 강화하고 미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 하지만 첨단 지휘통제체계와 우주 기반 미사일 조기경보, 정보∙감시∙정찰 능력에서는 미국을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도 일본은 F-35 전투기와 토마호크 미사일 도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도 미국과 첨단 군사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저자들은 동맹국의 군사력 증강이 역설적으로 공동작전과 기술협력을 통해 미국과의 군사적 연결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동맹의 실무 네트워크'는 정치지도자들의 갈등이나 변동성을 능가한다고 봤다. 군사기획자와 정보기관 관계자, 수출통제 전문가, 제재 담당자, 중앙은행 관계자, 무역협상가, 기술표준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 구축한 협력관계는 지도자들의 정치적 발언만으로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상 간 갈등이나 정치적 발언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동안에도 군사훈련과 정보공유, 방산협력, 기술표준, 공급망 구축 같은 실무적 협력은 계속 진행된다. 이러한 제도와 관료조직의 연속성이 정치적 충격으로부터 동맹을 견고하게 지탱해 왔다는 설명이다.
저자들은 향후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를 재설계하기 위한 개념으로 '동맹의 규모(allied scale)'를 제시했다. 미국이 동맹국을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동맹국은 미국에 의존하는 기존 모델을 넘어 시장∙투자∙기술∙생산능력∙군사력을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처럼 결합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역량을 결합할 경우 구매력 기준 경제규모와 군사비, 제조업, 특허와 연구역량 등에서 중국에 대응할 충분한 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맹을 과거와 동일한 형태로 복원하기보다 작은 공동 프로젝트에서부터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의약품 공급망이나 탄약 공동생산처럼 이해관계가 분명하고 성과가 빠른 분야부터 협력을 시작하고, 성공 경험이 쌓이면 더 많은 국가와 더 큰 프로젝트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 한 명의 결정으로 쉽게 뒤집힐 수 있는 정책보다 법률과 제도를 통해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약속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자들은 결국 미국과 동맹국이 겪고 있는 현재의 갈등이 동맹 붕괴의 전조가 아니라 동맹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경고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 인공지능과 공급망 경쟁, 국방산업 재편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맞춰 동맹의 목적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트럼프 시대의 충격이 역설적으로 동맹국들에 더 많은 책임과 능력을 요구하면서 이는 일방적 의존을 넘어 상호의존과 역량 공유에 기반한 보다 공고한 동맹체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