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이어 한반도까지…심화하는 바닷속 핵경쟁

미·러 이어 한반도까지…심화하는 바닷속 핵경쟁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6.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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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글로벌 핵잠수함 경쟁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미국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LA급)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그린빌함'(SSN-772·6900t급)이 23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길이 110m, 폭 10m, 승조원 140여 명인 이 잠수함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및 12개의 수직발사시스템(VLS), MK48 어뢰 및 4개의 발사관 등을 갖추고 있다. 2025.12.23. yulnetphoto@newsis.com /사진=하경민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미국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LA급)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그린빌함'(SSN-772·6900t급)이 23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길이 110m, 폭 10m, 승조원 140여 명인 이 잠수함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및 12개의 수직발사시스템(VLS), MK48 어뢰 및 4개의 발사관 등을 갖추고 있다. 2025.12.23. [email protected] /사진=하경민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으로 글로벌 안보 질서가 불안정해진 가운데 주요국들이 핵잠수함 전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통적인 핵억지력을 강화하고, 미국·영국·호주는 AUKUS(오커스)를 통해 중국의 세력 확장 견제를 위한 연합 수중 전력을 구축에 나섰다. 한반도에서도 한국과 북한이 비슷한 시기에 핵잠수함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주요국들의 핵잠수함 경쟁에 대해서 분석했다.

미∙러, 핵잠수함 현대화…'제2격' 능력 지킨다

지난 17일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블로그는 초대형 핵어뢰를 장착한 러시아의 핵잠수함 '하바롭스크호'가 첫 해상 시험 운항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29일 미 해군은 2038년까지 최신 핵잠수함 도입을 위해 약 766억 달러(약 104조 원) 규모의 조선 계약을 체결했다. 냉전 이후 핵군축 등으로 주춤했던 미∙러간 핵잠수함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핵잠수함은 원자로를 기반으로 장기간 잠항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핵탄두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과 재래식 무장을 갖춘 핵추진잠수함(SSN)으로 나뉜다. SSBN의 핵심 임무는 상대의 선제 핵공격 이후 보복 공격을 수행하는 '제2격(second strike)'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반면 SSN은 적 잠수함을 감시·추적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유사시 잠수함과 수상함은 물론 지상 표적까지 타격하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핵잠수함 경쟁은 SSBN을 통한 핵억지력 확보와 SSN을 통한 상대 전력의 감시·추적·견제가 맞물리며 전개된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핵잠수함은 총 67척으로 세계 최대 전력을 자랑한다. 최근 강대국 간 전략 경쟁이 심화하고 핵억지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미국은 노후 핵잠수함의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2027년부터 퇴역하는 오하이오급 SSBN 14척을 차세대 컬럼비아급 12척으로 교체한다. 이는 미 핵전력 현대화에서 최우선 사업으로 미 회계감사원(GAO)이 추산한 총 사업비용만 약 1300억 달러(약 180조 원)에 달한다. 미 해군은 '핵 3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 SSBN) 가운데 생존성이 가장 높은 컬럼비아급 SSBN을 통해 2080년까지 핵억지력을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상대 잠수함을 추적·견제하는 SSN 전력 역시 현대화한다. 올해 4월 USS 아이다호가 취역하면서 미 해군이 운용하는 버지니아급 SSN은 26척으로 늘어났다. 버지니아급은 뛰어난 수중 은밀성과 향상된 소나(음파탐지기)∙감시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특수전 지원과 장거리 정밀타격 임무도 수행한다. 미 해군은 노후한 SSN(로스앤젤레스급, 씨울프급)을 모두 버지니아급으로 교체하고 추가 도입을 통해 장기적으로 총 66척의 SSN 전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의 핵잠수함 전력은 약 36척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도 미국에 대응한 핵억지력 확보를 위해 구소련 시절 SSBN을 최신 보레이급으로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보레이급은 기존 SSBN보다 향상된 저소음성과 생존성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제2격 능력을 유지하는 핵심 전력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해군은 지난해 7월 최신형 보레이급 SSBN을 취역시켰고 지속적인 전력 확보를 통해 12척 안팎의 SSBN을 확보할 전망이다.

SSN 전력은 야센급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야센급 SSN은 대잠·대수상전뿐 아니라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이용한 지상 타격까지 수행하는 다목적 핵잠수함이다. 러시아 해군은 노후화된 SSN을 2035년까지 최신 야센 계열로 모두 교체해 장기적으로 10~12척 규모의 SSN 전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신냉전 시대에 전쟁이 빈번해지고 군비지출이 급증하면서 방어와 공격은 물론 핵억지력까지 갖춘 핵잠수함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다"며 "최근 미∙러 간의 핵잠수함 경쟁도 이러한 신냉전 기제가 작동하면서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4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눈이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러시아 핵잠수함 모형 기념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6.02.05. /사진=민경찬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4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눈이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러시아 핵잠수함 모형 기념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6.02.05. /사진=민경찬
중국과 오커스(AUKUS), 지정학적 우위 노리는 핵잠수함 경쟁

미·러 간 핵잠수함 경쟁이 핵억지력에 무게를 둔다면, 중국과 오커스의 경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과거 중국 핵잠수함은 소음과 원자로, 센서 기술 등에서 미국 등 주요 핵잠수함 운용국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규모 조선 인프라와 기술 투자를 바탕으로 핵잠수함 생산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미 해군정보국(ONI)은 중국이 잠수함 건조시설을 대폭 확충하면서 핵잠수함 생산능력을 높였으며, 연간 2~3척가량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기존 디젤잠수함 중심의 전력구조에서 SSN의 비중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현재 디젤잠수함은 50여 척을 운용 중이며 SSBN과 SSN은 각각 6척, 8척이다. ONI는 중국이 SSN 전력을 빠르게 증강해 2035년경 약 40척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은 '제1도련선(일본-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를 잇는 해상방어선)' 안팎에서 미국 등 서방 잠수함 및 수상함 활동을 견제하고 자국 SSBN 작전 해역을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오커스는 SSN을 위주로 연합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는 2027년부터 서호주 HMAS 스털링 기지에 미국과 영국 SSN이 순환 배치되는 'SRF-웨스트'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이어 2030년대부터 미국 버지니아급 중고 SSN 3척가량을 인수받는다. 장기적으로는 영국·미국과 공동 개발하는 'SSN-오커스' 체제로 전환해 8척 규모의 SSN 함대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8일 호주 정부는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 아멘툼과 글로벌 건설사 랭 오루크의 합작법인과 SSN-오커스를 위한 핵잠수함 전용 조선소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SSN-오커스의 핵심은 설계부터 생산, 정비, 기지 운용, 승조원 훈련 등 미·영·호 3국의 수중 전력 체계를 연결하는 데 있다. 3국이 상호운용성을 갖춘 SSN 전력을 구축하게 되면 중국 핵잠수함 활동을 지속적으로 감시·추적하고, 중국 해군의 진출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향후 10년 동안 중국이 핵잠수함 전력을 빠르게 증강하면 태평양과 인도양은 물론 북극권과 대서양에서까지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지정학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고 영국∙호주 해군과 함께 연합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8700톤급 핵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며 함체 전체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한국의 핵잠 도입사업에 대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는 공격적인 행위"라며 "반드시 대응해야 할 안전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8700톤급 핵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며 함체 전체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한국의 핵잠 도입사업에 대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는 공격적인 행위"라며 "반드시 대응해야 할 안전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한반도 핵잠수함 경쟁… 北은 핵억지력, 韓은 추적∙감시

핵잠수함 경쟁은 한반도에서도 진행된다.

북한은 이미 2021년 노동당 대회에서 국방발전 5대 과업 중 하나로 SSBN 개발 계획을 천명했다. 지난 2023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에서 "국가의 불가역적 지위 확보를 위해 해군의 핵무장화는 더는 미룰 수도, 늦을 수도 없는 절박한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엔 SSBN으로 추정되는 8700톤급 '핵동력 전략유도탄잠수함'의 건조 사진을 처음 공개했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토대로 해당 잠수함에 5~10개의 탄도미사일 발사관이 설치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이 잠수함용 원자로를 실제 제작하거나 시험했다는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지원 하에 핵심 기술을 이미 확보했을 거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핵잠수함을 개발하는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육상에 집중된 핵전력을 해상으로 분산해 한∙미의 공격 후에도 보복이 가능한 제2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 체제 생존을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된다. 나아가 북한이 SSBN을 실전 배치해 핵억지력을 갖출 경우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핵질서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에 대응해 한국도 핵잠수함 개발을 추진한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SSN의 건조를 승인했다. 이어 한국 국방부는 지난 5월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사업명을 '장보고-N'으로 정했다. 잠수함용 핵연료는 무기화가 불가능한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을 미국으로부터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한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2030년대 중반 1번 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 이후 전력화가 이뤄지게 된다.

장보고-N의 핵심 임무로는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전력을 추적·감시하는 역할이 꼽힌다. 기존 디젤잠수함과 달리 장시간 잠항이 가능해 북한의 SSN, SSBN의 침투나 작전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북한이 핵잠수함을 개발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미국의 정책 변화에 힘입어 남북한 '수중 군비 경쟁'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 교수는 "북한은 한국과 미국까지 겨냥해 핵무기를 탑재한 SSBN을 개발하면서도, 정작 한국의 SSN 보유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며 "한국이 추진하는 SSN은 핵무기와 전혀 무관한 전력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북한이 이를 역이용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이 중요한 외교적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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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김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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