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끝났다" 중동·AI 인플레 겹친 세계, 긴축 본격화

"저금리 시대 끝났다" 중동·AI 인플레 겹친 세계, 긴축 본격화

정혜인 기자
2026.09.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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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긴축시대]유럽·미국 이어 일본도 금리 0.25%p 인상…
유가·AI 투자발 물가 우려에 각국 긴축 전환,
유럽·英·美·日,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등 주요 경제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데 이어 연내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홍콩,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과 중동 산유국들도 잇따라 금리를 올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과 AI 투자 열기에 글로벌 자산시장 내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에서 0.25%포인트 올린 1.25%로 결정했다. 이는 1995년 9월 이후 31년에 최고 수준이다. 또 지난 6월(0.75%→1%) 이후 3개월 만에 인상으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 취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일본은행(BOJ) 기준금리 추이 /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일본은행(BOJ) 기준금리 추이 /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

BOJ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경계하며 금리 인상 기조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인상 속도와 관련해선 중동 정세, AI 수요, 환율 변동이 경제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성명은 "기업 간 거래에서 나타나는 가격 상승 압력이 소비자 물가로도 파급되기 시작했다"며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이 2% 근접해지는 상황에서 현재 금융 환경이 완화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물가·금융 상황에 따라 앞으로 계속해서 정책(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에다 총재는 오후 기자회견에서 물가 목표치 2%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계속 정책금리를 끌어 올릴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크게 넘어설 위험이 있다. (통화)정책의 국면이(완화에서 긴축으로) 변화했다"며 추가 긴축을 예고했다. 이어 향후 금리를 특정 속도로 올릴 것이냐는 질문엔 "그런 것은 없다"고 답했다.

스미토모 미쓰이 DS 자산운용의 이치카와 마사히로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일본은 현재 글로벌 긴축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핵심 논쟁은 일본의 금리인상 여부가 아니라 금리를 최종적으로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금리 표결에 참여한 심의위원 9명 중 2명이 금리 인상에 반대표를 던진 걸로 확인되자 시장에선 BOJ의 긴축 기조 다소 후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오르는 엔화 약세가 나타났다. 하지만 반대표 위원들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임명한 인물로 반대가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美 연준, '깜짝' 연내 추가 인상 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6일(이하 각 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 올리며, 2023년 7월 이후 3년2개월 만의 긴축에 나섰다. 연준도 중동발 에너지 충격에 따른 물가상승 압박을 인상 배경으로 꼽았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후 공개된 점도표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후 공개된 점도표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연준은 금리 인상 발표에 그치지 않고,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발표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이 생각하는 연말 기준금리 수준(중간값)은 4.1%로, 지난 6월(3.8%)보다 0.3%포인트 높았다. 이는 특히 이번에 인상된 기준금리 상단 기준으로 0.1%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연준 위원들이 올해 남은 10월과 12월 두 차례의 FOMC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FOMC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금리 인상)는 우리가 이 문제(물가상승)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라며 "우리는 완화적 기조를 한 단계 줄였다"고 말했다.

울프 리서치의 스테파니 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TV에 "이번 금리 인상은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라며 "워시 의장이 보여준 매파적 신호는 앞으로 상당한 규모의 통화완화 정책이 추가로 축소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U, 추가 인상·英 1년간 4번 인상 전망"
블룸버그 설문조사(11~16일) 결과가 반영된 유럽중앙은행(ECB) 예금금리 추이 및 전망치. 검은선이 전망치. /사진=블룸버그
블룸버그 설문조사(11~16일) 결과가 반영된 유럽중앙은행(ECB) 예금금리 추이 및 전망치. 검은선이 전망치. /사진=블룸버그

유럽 역시 긴축 기조가 확산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보다 앞선 지난 10일 예금금리를 기존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6월 3년 만에 처음으로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올해 2번째 인상이다.

유럽 역시 인상 원인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으로 제시하고, 물가 전망치도 상향 조정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ECB가 물가 목표치 2% 달성을 위해 추가 긴축 정책을 추진할 거란 전망이 확산했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ECB는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언제 (금리인상을) 단행할지에 대해선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ECB가 올해 남은 10월과 12월 회의 중 12월에 예금금리를 2.75%로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영란은행(BOE)은 17일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75%로 동결했다. 하지만 위원회 내 매파적 분위기가 이전보다 강해진 것으로 확인됐고, 앤드루 베일리 총재도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인상 의견을 낸 위원은 3명으로 지난 6월 2명에서 한 명 늘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세계 에너지 비용 상승은 영국의 물가 및 임금 결정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런 변동성이 오래 지속될수록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진다"며 "인플레이션 목표치 2%로 되돌아가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BOE가 향후 1년 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4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앞서 2~3회 인상할 거라던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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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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