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슬복슬한 털과 발그레한 볼, 베레모와 나비넥타이를 갖춘 캐릭터들이 AI(인공지능) 비서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AI가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누그러뜨리고자 빅테크들이 앞다퉈 '친근함'을 강조하면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AI 기업들은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사용자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7일 허프포스트에 "닷츠는 사용자의 확장된 모습"이라며 "이들의 시각적 정체성은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AI 에이전트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앞서 지난달 29일 연례 개발자회의 '데브데이 2026'에서 AI 에이전트 '닷츠'와 함께 분홍색과 파란색 등 다양한 색상의 캐릭터 4종을 선보였다. 베레모와 나비넥타이를 착용한 닷츠를 통해 AI 에이전트에 친근한 외형과 개성을 부여했다.
지난달 23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연례행사 '메타 커넥트 2026'에서 AI 에이전트 '뮤즈'의 상징인 '졸리'를 선보였다. 발그레한 볼과 복슬복슬한 털이 특징인 졸리는 2인치 크기의 화면에 등장하는 다마고치형 AI 단말기 '뮤즈 참'에도 적용됐다.
AI 에이전트에 캐릭터…친근함으로 심리적 장벽 낮춰

AI 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화된 개인 비서로, AI 에이전트의 유용성은 사용자들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공유했는지에 달려있다. 이메일 수신함과 일정표, 신용카드 계정 등에 접근 할 수 있는 에이전트는 그렇지 않은 에이전트보다 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국내 기업도 캐릭터를 활용한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카카오는 자사를 대표하는 캐릭터인 '라이언'을 AI 서비스 카나나 스페이스에 적용했다.
국제 완구 브랜드 스퀴셔블의 공동 창업자인 조이 프라드 블래너는 "아기나 아기 같은 특징을 지닌 존재에게 가르침을 받는다고 느끼기는 어렵다"며 "(캐릭터의) 손이 너무 크고 서툴러서 '나는 그저 아기일 뿐이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귀여운 얼굴 뒤 데이터 수집…AI 캐릭터의 역설
일각에서는 캐릭터 사용이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간과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샴 순디르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귀여운 디자인은 사용자가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활동범위를 조금 더 넓혀주는 것처럼 느끼게 해 개인정보와 사적 데이터를 넘기는 행위를 가볍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라드 블래너 역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는 이것(AI 에이전트)이 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며 "아무리 귀여운 마스코트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도구의 단점을 만회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