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이제는 혼자 가라

[광화문] 이제는 혼자 가라

윤석민 국제경제부 부장
2009.11.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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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말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보고 놀란 사실중 하나는 서울 길거리에 넘치는 자동차들이었다. 지겨운 트래픽 잼이나 많은 자동차 수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니는 차종이 몇 개 되지않은 천편일률적인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과거 일제 소니 TV는 ‘부’의 상징이었다. 80년대초 시작된 컬러 방송을 소니TV를 통해 처음 접한 아아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당시 소니 제품들은 일부 해외 거주자가 귀국시 갖고 들어온 것을 제외하면 모두 밀수품이었다.

# 미국제 콜게이트치약을 제치고 국내시장을 장악한 럭키치약은 이제 얘깃거리를 넘어 하나의 신화로 굳어져 있다. 국내시장에서는 치약을 위시한 생활용품업체 럭키와 TV, 라디오 가전메이커 골드스타(금성)가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위에 열거한 예들은 이제 과거일 뿐이다.

삼성, 럭키와 금성이 합친 LG 등 한국제품은 이제 소니를 완전히 따돌리고 세계 고부가 TV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자동차도 현대 기아차를 필두로 세계 시장에서 질과 양에서 일취 월장하고 있다.

세계에서 1위로 올라선 한국 제품은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좀 지난 자료이지만 지난해 12월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한국제품은 127개에 달했다. 첨단테크놀로지의 상징인 반도체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합치면 다음 주자들인 대만과 일본 업체가 다 덤벼도 못 따라올 만큼 성장했다.

여기 오기까지 시중 흔한 말로 ‘기업, 너희들 고생 많다’이다. 우리 기업들의 세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국민이 적극 나서 뒤를 봐줘야할 대목이다.

하지만 앞에 든 예는 기업들의 노고를 위로코자 함이 아니다. 제품의 질과는 상관없이 국산품을 애용해준, 그래서 이제 우리 기업을 초일류로 만들어낸 한국 소비자들의 인내와 노력을 높이 사야한다는 주장이다. 참살이 바람에 따른 신토불이와는 다른 차원이다.

불과 2~3년전이었다. 교환 교수로 하와이에 나가있던 동생이 비교적 고급형인 국산차를 현지 구입해 가져올까 고민하는 전화를 했었다. 이사비용을 고려해도 현지 구입가가 훨씬 저렴하다는 이유였다. 수출용은 강판도 다르다는 '루머'도 나돌았다. 당시 유행하던 국내소비자는 '봉'이냐의 한 단면이다.

외국자동차에 대한 시장 개방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탁 깨놓고 말해 세계유수의 자동차를 타고 싶어도(돈이 있어도) 못 타던 시절이 있었다.

며칠 전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관련, 한국 자동차시장에 대한 볼멘 소리를 하는 것으로 미뤄 아직도 뭔가 '완전하지는 않다'고 지레 짐작케 한다.

어디 자동차뿐이랴. 성장 위주의 정책에는 국민의 희생이 늘 뒤 따랐다. 기업들로서는 자신들의 성과에만 흡족할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 나라 기업들은 항상 국민에 죄송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제 정상에 선 우리 기업에게는 정상 탈환을 노리는 외국 경쟁업체의 거센 도전만이 남아 있다. 얼마전까지 1위라 자부하던 선박 건조부문도 불과 며칠전 중국에게 자리를 내줬다. G2로 성장한 중국의 추격에 G20인 우리의 뒤골은 송연한 지경이다.

나아가 각종 FTA 등 반보호주의 물결에 의해 경쟁의 바다는 더욱 거칠어 지고 있다. 감시의 눈초리도 더 많아져 더이상 국민을 볼모로 해 땅 짚고 헤엄칠 수 없는 환경이다. 기업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굳건히 홀로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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