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조선소, 해양플랜트는 여전히 '불야성'

울산조선소, 해양플랜트는 여전히 '불야성'

우경희 기자
2010.03.18 15:22

[르포]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현장을 가다

"선박 수주는 크게 줄었지만 지금이 오히려 새 포트폴리오를 완성시킬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다시 한 번 성장하겠습니다."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12일 울산 동구 방어진에 위치한현대중공업(372,500원 ▲28,500 +8.28%)울산조선소를 찾았다. 상선 수주가 급감하는 등 조선시황 불안이 확산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정재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총 부지 958만6820 제곱미터. 직원들이 식사를 하는 식당만 51개에 달하는 광활한 울산조선소는 세계 최고 한국 조선의 신화를 품은 채 동해를 끼고 여전히 활발히 가동 중이었다.

◆메인 야드 상대적 한산 "평년 수준 찾은 것"

↑현대중공업의 선박건조 전용 야드에서 세계 각국에서 수주된 선박들이 건조되고 있다. 최고 호황기에 비해 야드는 한산한 풍경이다.
↑현대중공업의 선박건조 전용 야드에서 세계 각국에서 수주된 선박들이 건조되고 있다. 최고 호황기에 비해 야드는 한산한 풍경이다.

지난 2008년 말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부분의 조선업체들이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역시 지난 2007~2008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놓을 곳이 없어 도로가를 차지했던 선박용 블록은 제자리를 찾아 도크로 들어갔고 곳곳에 여유부지도 눈에 들어온다.

조선소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도크 공간의 효율적 활용 여부다. 과거 호황을 누리던 국내 조선사들은 도크 내에 불과 5~10cm 간격을 두고 길이가 무려 300m에 달하는 거대한 선박 두 척을 나란히 놓고 건조하는 등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과시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선박을 건조하고 있는 도크 내 공간에도 여유가 있다.

업계는 최고 호황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정 상무는 "사실 현재 야드(조선소) 가동률은 최고 호황이 찾아오기 전 보통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수주 가뭄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호전된 2009년 실적을 공식 발표했다.

생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즐겨 찾았다는 영빈관 언덕에 오르니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한 눈에 들어온다. 빼곡히 자리 잡은 도크와 멀리 보이는 해양플랜트 기지. 또 각종 설비, 건조가 한창인 초거대 선박 등은 세계 1위 선박 건조사이자 세계 1위 종합중공업 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위용을 한 눈에 보여준다.

도크 옆 안벽에는 최근 진수(도크에서 나와 물 위로 옮겨지는 과정)한 CMA-CG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이 정박돼 인테리어 및 상부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장 관계자는 "도크에는 여전히 국내외 수많은 해운사의 컨테이너선박이 건조 중"이라며 "수주는 줄었지만 3년 치에 달하는 건조잔량을 소화하기 위해 여전히 현장은 바쁘다"고 말했다.

◆쉴 겨를 없는 해양플랜트, 여전히 3년 잔량

↑해양플랜트 전용 2야드에서 하부건조를 마친 울산(USAN)-FPSO가 진수돼 상부구조 건조를 진행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전용 2야드에서 하부건조를 마친 울산(USAN)-FPSO가 진수돼 상부구조 건조를 진행하고 있다.

정문을 빠져나와 10여 분을 차로 달려 현대중공업의 자신감의 비결 해양플랜트 건조 야드에 다다랐다. 지난해 완공된 부유식 원유시추저장설비(FPSO) 전용 H도크(10도크)가 위치한 곳이다.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는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하부구조 건조를 마치고 진수돼 상부작업이 한창인 초대형 FPSO가 위용을 드러냈다.

규모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하는 이 해양플랜트는 지난 2008년 프랑스 토탈사(社)로부터 수주한 우산(USAN) FPSO다. 길이 320m, 폭 61m, 높이 32m에 달하는 그야말로 바다 위의 공장이다. 하루 16만 배럴의 원유와 500만㎥의 천연가스를 생산, 정제할 수 있다. 정유 설비 중심의 상부구조 공사를 마치면 내년 2월 나이지리아로 출항한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현대중공업은 FPSO의 상하부를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조선사 중 하나다. 상부구조 핵심기술에 대해 해외 조선사와 공조하며 로열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 덕분이다.

정 상무는 "해양플랜트는 그간 사업성이 좋지 않아 회의론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도 현장인력과 설계인력을 한 사람도 줄이지 않았던 것이 이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플랜트 야드에는 여전히 통로까지 선박부품으로 가득하다. 우산 FPSO를 진수한 H도크에는 이미 다른 선박과 플랜트 부품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육상건조장에는 FPSO 상부를 구성할 모듈이 대거 제작 중이다. 모듈 곁에는 물고기 부레 모양의 집채만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최대 200만 배럴에 달하는 FPSO의 시추연료를 적재할 탱크다.

◆해양플랜트 있어 매출목표는 오히려 상향

현대중공업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주력인 조선부문 매출을 지난해 9조26억 원에서 올해 7조4010억 원으로 17.8% 가량 낮춰 잡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양플랜트 매출은 지난해 5조3214억 원에서 올해 5조8710억 원으로, 엔진은 지난해 2조7715억 원에서 올해 3조1232억 원으로 각각 10.3%, 12.7%씩 크게 높여 잡았다.

주력인 선박 수주 감소를 다른 사업군의 호조를 바탕으로 상쇄하고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매출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FPSO 건조는 그야말로 바다 위해 첨단 정유공장을 짓는 작업이다. 상상 이상의 기술력을 요하는 부가가치가 높다. 선박 건조가 사실상 줄어들고 플랜트가 지속적으로 수주되면서 효율적으로 도크를 운영하기 위해 육상도크에서 플랜트 설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 상무는 "비조선 부문이 약진하는 새로운 포트폴리오가 위기를 맞아 톡톡한 효과를 내고 있다"며 "이전에는 발전설비나 담수화 설비 등 단품으로 수주되던 것이 이제는 턴키방식의 수주로 성사되고 있어 공사규모도 수천만 불에서 수십억 불대로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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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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