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수성 대신 공성" 인사·재무·감사 기능에 더해 신사업 추진 무게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9일 삼성 그룹조직(옛 전략기획실 기능)의 총괄책임자로 임명한 김순택 부회장이 휴일인 21일 서초동삼성전자(218,500원 ▼6,000 -2.67%)본관 집무실로 출근했다.

김 부회장(사진) 뿐 아니라 새로 구성될 조직과 관련해 투자, 인사, 재무, 감사, 홍보 등 관련 부서 책임자들도 출근해 업무보고와 새로 출발할 '그룹조직' 구성으로 분주히 움직였다.
삼성 내부에선 이 회장이 김 부회장에게 '회장 비서실장' 역할을 맡긴 것은 미래 먹을거리를 확실히 준비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새 그룹조직의 구성과 역할도 여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이번 전격적인 인사는 '관리의 삼성'에서 '기획의 삼성'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며 이에 따른 인사나 조직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은 외환위기 이후 10여년간 기존 사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성'(守城)에 초점을 맞춘 관리 중심으로 운영됐다. 이학수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과 김인주 삼성카드 고문 등 재무통들은 위기에서 그룹의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데 힘써왔다. 신사업이나 투자에선 기획통보다 보수적인 측면을 견지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 초 이 회장이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도 10년 후면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내비치면서 수성보다 '공성'(攻城)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어느 회사나 관리와 기획은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재무라인 등 관리부서는 늘 자금운용의 효율화 등을 내세워 돈줄을 죄는 반면 기획의 경우 사업을 벌여 돈을 쓰는 쪽에 선다.
이 회장은 관리를 통해 축적한 힘을 기획을 통해 분출, 앞으로 10년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게 삼성 안팎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곧 새로 꾸려질 그룹조직도 이 회장의 마스트플랜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짜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신사업추진단의 역할을 맡을 조직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부회장이 그동안 이끌어온 추진단을 확대 개편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기업의 핵심부서인 인사와 재무, 감사 등의 기능이 부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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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과거 전략기획실의 재무, 인사, 감사, 법무, 기획, 홍보, 경영지원팀 등의 역할은 그대로 이어받되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대관업무 등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 19일 인사발표 때 "과거 일부 오래된 전략기획실 팀장(사장·부사장급)들에 대해서도 인사를 할 것"이라고 밝혀 조직개편과 함께 인물교체도 예고했다.
현재 삼성에서 공식적인 그룹조직으론 '커뮤니케이션팀'이 유일하다. 과거 재무·인사·감사팀 등은 전략기획실 해체와 함께 계열사로 업무가 모두 이관됐다. 새 그룹조직이 만들어지면 팀별로 역할이 정의되고 새로운 인물들이 보강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건희 회장, 그룹조직,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삼성의 강점이던 '3각편대'가 새로 구축되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조직은 미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계열사의 업무분장과 시너지를 높이는 데 힘을 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