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분사 디젤엔진 파워 '굿'… 매립형 내비게이션無 편의성 2% 부족

힘 좋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사고 싶은데 아내가 반대한다. 차체가 너무 커서 운전하기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디젤 차량이라 연비도 좋고 기름값도 아낄 수 있다며 재차 설득에 나섰다. ‘대신 가격이 비싸잖아’라는 아내의 반박에 딱히 마땅한 변명거리를 찾지 못하겠다. 역시 아내를 이기는 것은 씨름판에서 강호동을 이기는 것보다 어렵다.
◇직분사 디젤엔진 ‘파워’ 합격점
9일 시승한 한국GM(옛 GM대우)의 쉐보레 올란도는 이런 고민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2000cc 디젤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여느 SUV에 뒤지지 않았고 승차감 역시 합격점을 줄만했다. 특히 부모님까지 모시고 차 한 대로 주말 나들이를 다녀올 수 있는 7인승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번에 시승한 구간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출발해 춘천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까지 약 100km 구간이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디젤엔진 특유의 중저음 엔진음이 들려온다. 하지만 과거 윈스톰이나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과는 다소 차원이 다르다. 한결 부드러워졌고 정숙해졌지만 아직 경쟁사 모델에 비해서는 약간 시끄러운 편이다. 하지만 올란도의 가격이 2000만원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념관을 빠져 나와 강변북로를 접어들었다. 출근 시간이 지난 탓에 차들이 제 속도를 내고 있었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가볍게 치고 나간다. 올란도에 장착된 직분사 방식의 2000cc 터보차저 커먼레인 디젤엔진 덕분이다. 최고 출력 163마력에 최대토크 36.7kg·m를 자랑한다.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에 접어들면서 속도를 높였다. 시속 140km까지 막힘없이 속도계가 올라간다. 첨단 하이드로매틱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한 덕분에 가속감이 훨씬 부드럽다. 특히 고속주행에서 발생하는 풍절음도 거의 실내로 유입되지 않았다.
최근 한국GM 모델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크루즈 기능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운전대에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달려 있어 조작이 수월했다. 하지만 시속 몇 km로 세팅이 됐는지를 보여주는 계기판이 따로 없어 다소 불편했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국도로 접어들자 급경사와 커브길이 계속 이어진다. 오르막길에서는 디젤차답게 특유의 힘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간다. 일반 가솔린차보다 등판능력은 확실히 한 수 위다.
고강성 전륜 맥퍼슨 스트러트 서스펜션은 다소 딱딱하게 설정이 돼 있어서 커브길에서도 차체 쏠림 현상을 막아줬다.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역시 차체 울렁거림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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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브레이크 응답성은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브레이크 유격 탓인지 다소 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에 도착 후 확인한 연비는 약 11km/ℓ. 성능 테스트를 위해 급가속을 여러 차례 반복했던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올란도의 공인연비는 수동변속기가 17.4km/ℓ, 자동변속기는 14.0km/ℓ다.

◇미국차 DNA ‘남성미’ 물씬
쉐보레 올란도는 곡선미가 돋보이는 현대·기아차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넉넉한 실내공간을 위해 전체적인 디자인은 박스 형태에 가깝다.
전면부는 쉐보레 브랜드 특유의 위 아래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듀얼 메쉬 그릴(Dual Mesh Grille)’을 그대로 채택했고 나비 넥타이 모양의 대형 쉐보레 엠블렘이 장착돼 있다. 멀리서 봐도 쉐보레 차임이 그대로 드러났다.
전체적인 느낌은 부드러움을 살린 여성미보다는 다소 투박하지만 강인함이 느껴지는 남성미에 더 가깝다.
올란도에 대해 가졌던 가장 큰 궁금증은 과연 7명이 넉넉하게 탈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기존 7인승 차량 대부분은 맨 뒤에 위치한 3열 뒷좌석에 성인 2명이 앉기가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올란도는 2760mm의 동급 최대의 휠베이스(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 사이의 거리)를 확보했다. 그만큼 실내공간이 넓다는 의미다.
올란도의 경우 3열 좌석 공간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성인이 편히 앉기에는 다소 공간이 부족했다. 2열 좌석이 고정돼 있는 것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7명이 타지 않을 때에는 2열 좌석을 뒤로 밀어서 보다 넉넉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대신 2열 좌석 등받이 위쪽에 ‘원터치 폴딩 레버’가 달려 있어 좌석을 쉽게 펴고 접을 수 있었다. 3열 좌석에도 원터치 폴딩 레버가 장착돼 있어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했다.
센터페시아는 최근 자동차업계의 트랜드가 된 ‘듀얼 콕핏(Dual Cockpit)’ 형태다. 비행기 조종석처럼 좌우 대칭으로 설계돼 한층 안정감을 높여준다.
특히 오디오 조작 계기반 뒤에는 수납공간이 숨겨져 있다. 일명 ‘시크릿 큐브(Secret Cube)’. 여기에는 지갑이나 휴대폰을 수납하기에 안성맞춤인데다 아이팟이나 MP3 플레이어 등을 연결할 수 있는 USB포트까지 달려있다. 오디오 계기반을 닫으면 실내 공간이 한결 깔끔해 진다. 이 아이디어는 특허는 물론 해외에서 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매립형 내비게이션이 없는 것은 또 다른 약점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되고 있고 내비게이션이 상당 수준 보급돼 있지만 매립형 내비게이션이 더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GM은 고객의 반응을 봐 가며 매립형 내비게이션 설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미 개발은 끝난 상황이라는 후문.
쉐보레 올란도의 가격은 △LS모델 일반형 1980만원(수동변속기), 고급형 2123만원 (자동변속기) △LT모델 2305만원(자동변속기) △LTZ모델 2463만원(자동변속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