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기름값 TF연구결과가 공개된 가운데, 정유업계는 '고유가의 주범'이라는 오해를 풀게 돼 후련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름값 이슈는 연초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으로 불거져 3개월 이상 고강도 조사와 압박이 이뤄졌으며, 정유업계는 지난 주말부터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리터당 100원씩 할인·인하하는 등 큰 압박을 받아왔다.
◇"담함없었다" 결론에 정유사 "속 시원하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8차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결과와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촉진방안을 발표했다.
TF는 "석유제품 가격의 비대칭성을 상당부문 확인했다"면서도 "비대칭성을 정유사의 담합과 폭리로 연결 지을 수 없다"는 결론을 밝혔다.
이날 정유사들은 이날 TF발표에 "그간 마음고생을 씻게 됐다"며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름값에 대한 정부와 소비자들의 오해가 많았는데, 이번 조사로 폭리논쟁에 마침표가 찍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말이 아니더라도 높은 기름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정유사들이 "영업이익률이 1~4%에 불과하고 대부분 수익은 내수시장이 아닌 해외수출에서 벌어들이고 있다"고 여러차례 얘기해도 먹히지 않았다.
기름값에 대한 TF 조사결과를 요약하면 △기름값 담합은 없었고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들이 수익을 보나, 하락하면 반대이고 △가격 비대칭성은 일부 나타나지만 담합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 등이었다.
일선 주유소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 경쟁부족이 원인이라는 점도 포함됐다. 전체적으로는 정유사들에게 큰 문제가 없다는 '면죄부'가 됐다는 평가다.
◇TF제시한 기름값 안정대책, 고심한 흔적만…
이와 함께 TF는 기름값 안정대책도 내놨다. 중장기적으로 고유가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고심이 엿보였으나, 대체적으로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만큼 기름값 해법을 찾기 어려웠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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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는 '석유시장 경쟁촉진 및 투명성·공정성 강화 방안'에서 석유제품 가격공개를 강화하고 원가절감형 자가폴 주유소를 육성하겠다고 했다.
정유업계는 "정부의 고심을 인정한다"면서도 세부적으로는 문제가 많은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TF는 우선 공동구매로 단가를 낮추는 농협주유소처럼 각 정유사의 기름을 모두 받을 수 있는 자가폴 주유소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는 사실상 각 정유사들의 기름을 혼합해 공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품질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주유소에서는 가짜휘발유 등 불법행위가 더 많이 적발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TF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유사석유 등 적발률은 여러 정유사의 기름을 받아 쓰는 주유소가 5.3%로 집계됐고, 한 정유사와만 거래하는 주유소는 1.8%에 불과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단순한 유가인하를 위해 혼합판매할 경우 품질관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소재를 가리기가 어렵고, 품질이 떨어지는 기름이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석유제품 거래시장 활성화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에서 휘발유 선물상품 등을 내놓겠다는 얘기인데, 이로 인해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반 소비자들이 휘발유 선물을 거래할 리 없다.
석유제품 대리점 등이 선물거래에 참여해 낮은 가격에 휘발유를 확보한다 해도, 그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할 리 없는 때문이다. 되레 손실발생시 경영악화로 인한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 제제수위에도 영향 미칠 듯
기름값 TF의 조사결과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공정위는 올 초 기름값 TF가동에 맞춰 정유업계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정작 정유사들의 기름값 담합이나, 유가 비대칭성 등에서 이렇다 할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이날 발표된 기름값 TF의 조사에서도 "이렇다 할 담합혐의를 찾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로인해 공정위의 입장변화를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더욱이 정유업계가 이례없는 기름값 할인·인하에 나서며 업체별 1000억~3000억원의 부담을 지게 된 터다.
공정위가 정유사 담합혐의로 거론했던 '주유소 원적지 관리'문제도 기름값 TF 조사결과에서는 빠졌다.
물론 정유업계는 기름값 인하조치, 기름값TF결과와 공정위의 조사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다만 TF에서 "높은 기름값을 정유사들의 담합과 폭리의 결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한 만큼, 공정위의 제재수위가 상당폭 완화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대체적이다.
공정위는 정유사들의 소명을 제출받아 이르면 다음달 중순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제재는 부당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