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철강 등 전분야 탄소배출량 기준 지켜야… 조선·해운업계 부담 커질 듯
정부가 친환경선박 제조를 의무화하는 법령을 마련한다. 해상오염을 줄이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법령이 만들어지면 선박 제조원가가 높아져 조선과 해운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2012년 말까지 신규 선박에 적용할 온실가스 법적 배출기준과 관련규정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확정하고 관련 법령을 검토하기 위해 외부 연구기관에 용역을 의뢰했다. 이는 2013년부터 인도되는 신규 선박부터 탄소배출량 허용기준(g/ton·mile)에 따라 설계·건조·운항해야 한다는 IMO 결정에 따른 것이다.
IMO는 지난 11∼15일 영국 런던 본부에서 각국 대표단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투표를 통해 친환경선박 제조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해양부 담당자들도 이 회의에 참석했다. IMO의 결정에 따라 해양부도 국내에서 건조되는 총톤수 400톤 이상의 모든 선박에 대해 선종·톤수별로 정해진 탄소배출량 허용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조선사들은 이 기준에 따라 배를 만들어야 하고 해운사들도 법안을 지킨 배만 운항해야 한다.
해양부는 IMO의 방침에 따른 4단계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세우고 있다. 우선 2013년부터 2년 간은 새로 만들어진 탄소배출량 허용치를 충족해야 하고 2015년부터 인도되는 선박은 탄소배출량을 10% 더 줄여야 한다.
이어 2020~2024년, 2025년 이후에는 각각 10%포인트의 감축의무가 생긴다. 이때 만들어지는 선박은 현재보다 30% 이상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해양부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 1위 조선국이자 5위 해운국으로 신기술·비즈니스모델 개발에서 민관 합동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 국내법 수용과 하위법령 정비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부는 이 방침을 외교부와 조선소, 선사, 기자재업체, 선박설계업체 등에 통보했고 법령 개정을 위해 11월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도 유사한 조치를 준비 중이다.
친환경선박 법제화는 해운·조선·정유·철강·부품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엔진을 비롯한 연료·선박설계·부품제조·철강소재 등 전분야에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이 도입돼야 한다. 이로 인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소조선사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해운사도 높아진 선박원가로 부담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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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395,000원 ▲4,000 +1.02%)관계자는 "IMO와 해양부의 결정으로 인해 해운·조선시장에 큰 판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대형사는 수혜를 입고, 중소업체는 어려움이 커지는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선박의 법제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적잖다. 선박의 탄소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고 나라마다 사정도 다르다. 기술적 한계도 변수 중 하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데, 현 조선기술이 규제를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조선업계와 함께 의견을 정리해 해양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