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환원 한달]4월7일(1955원)→7.7(1919원)→8.7(1954원), 서울은 또 사상 최고

#서울 성북구에 살고 있는 도병구(37, 가명)씨는 자신의 자동차를 타고 직장이 있는 강남구 삼성동을 매일 오간다. 도 씨는 업무 특성상 차를 갖고 다녀야 하는데, 자고나면 기름 값이 올라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그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조금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요즘엔 이마저도 포기했다. 지난달까진 그래도 서울시내에 리터당 1900원대인 주유소가 많았는데, 이제 웬만한 주요소가 2000원을 넘겼다. 저렴한 주유소를 찾았다 싶으면 모두 서울 외곽이었다.
도씨는 "일주일에 보통 한번 주유를 하는데, 한 달 차량 휘발유 값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8∼10만 원 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정부가 기름 값을 잡는다고 했지만, 기름 값이 내렸다는 걸 체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의 기름 값 할인 이벤트(4월7∼7월7일, 리터당 100원)가 끝난 지 한 달 만에 기름 값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서울은 할인이 끝나자마자 예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지금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기름 값 때문에 서민들이 힘들어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7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http://www.opinet.co.kr)에 따르면 지난 6일 전국의 보통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54.12원으로 정유사들이 기름 값을 인하하기 시작한 4월7일(리터당 1955.8원)에 거의 도달했다. 기름 값 인하가 끝난 지난달 7일(1919.33원) 이후 31일째 상승했다.
서울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사상 최고가인 리터당 2029.6원으로, 정유사들이 기름 값을 내리기 시작한 지난 4월7일(1992.82원)보다 36.78원 올랐다. 서울은 이미 지난달 7일(1991.33원) 할인이 끝나자마자 3개월 전 수준을 찍었고, 지난 2일(2028.59원) 37개월 만에 역대 최고 가격을 경신한 이후 5일 연속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기름 값 상승 추세를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단 반응이다. 지난 3월 유가대책을 발표, 3개월 동안 기름 값을 40원가량 떨어뜨려놨는데 이게 고작 한 달 만에 제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관료들은 이처럼 "기름 값이 내려갈 땐 천천히 내려가고, 오를 땐 가차 없이 올라가는 건 문제가 있다"고 판단, 정유사와 주유소에 경고했다.
지경부 핵심 관계자는 "정유사와 주유소로 이어지는 석유 유통시장에 불투명한 요소가 있다"며 "장관이 직접 나서 기름 값을 많이 올린 주유소 500개 회계장부를 들여다보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죽했으면 정부가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했다는 욕을 먹어가면서 직접 휘발유를 공급하는 대안주유소를 만들겠다고 했겠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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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의 이런 입장에 정유사와 주유소는 서로 "네 탓"만 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휘발유 판매가격을 결정짓는 주유소들이 정유사들의 공급가에 터무니없는 마진을 붙이고 있다는 입장이고, 주유소들은 오히려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지경부는 이에 대해 정유·주유업계 유통시장을 들여다보는 등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최근엔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어 한숨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두바이유가 1∼2주 후 국내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8월 중순쯤엔 기름 값이 확실히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 5일 전일 대비 배럴당 6.18달러 폭락한 101.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는 지난 1일 배럴당 113.21달러까지 치솟은 이후 5일 동안 배럴당 12달러 넘게 빠지고 있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하늘이 우리를 도우려고 그러는지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이달 중순엔 확실히 기름 값이 하락할 것이다"면서도 "정부는 욕을 먹더라도 석유시장이 안정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