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레이, 경차+박스카의 '맛있는 비빔밥'

[시승기]레이, 경차+박스카의 '맛있는 비빔밥'

안정준 기자
2011.11.30 09:00

중형차급 실내공간에 경차의 경제성까지…신개념 CUV 탄생

기아자동차의 신개념 CUV 레이의 주행장면
기아자동차의 신개념 CUV 레이의 주행장면

기아차 레이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여러모로 생소한 개념의 차량이다. 경차로 분류되지만 중형차 수준의 실내공간을 지녔다. 슬라이딩방식으로 여닫는 2열 도어는 큐브와 소울 등 기존 박스카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다. 이 차를 '경차'로 분류해야 할지 '박스카'라 불러야 할지 난감하다.

기아차는 레이를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신개념 CUV'로 정의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차량으로 국내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들도 기아차의 바람대로 경차와 박스카 사이 어디 쯤 위치한 이 차를 '구매할 만 한 차'로 받아들일까? 레이를 29일 제주도에서 직접 타봤다.

외관 실루엣은 전반적으로 앞서 출시된 닛산 큐브와 비슷하다. 사각형 종이상자가 연상된다. 차체 높이가 일반 경차보다 높기 때문인데 실내 공간을 늘리는 동시에 디자인에 귀여운 느낌을 주기 위한 선택이다. 겉으로 보면 영락없는 박스카다.

외관 곳곳에 준 포인트도 '귀엽다'는 이미지로 수렴된다. 헤드램프에 적용된 면발광 LED 조명은 사람으로 치면 '눈썹'과 같은 느낌을 준다. 기아차 패밀리룩인 호랑이코 라디에이터 그릴도 공격적이라기 보다는 귀여운 인상이다. 전조등과 후미등은 살짝 돌출돼 있어 볼륨감을 더해준다. 꽃잎 모양의 15인치 알루미늄휠은 차체에 비해 다소 작아 보이지만 앙증맞다.

실내 디자인에는 기아차가 레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집약돼 있다. 슬라이딩 방식의 조수석 뒤쪽 문과 90도까지 젖혀지는 앞문을 활짝 열면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아이들이 허리를 굽히지 않고도 타고 내릴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다. TV 광고에서처럼 유모차와 자전거를 실을 수도 있을 듯싶다.

실내 곳곳에는 다양한 수납공간이 숨겨져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윗쪽에 마련된 루프콘솔은 노트북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시트 아래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서랍형 수납공간이 나오며 운전석 쪽 뒷바닥을 열면 신발 두켤레가 들어갈 정도의 플로어 언더 트레이도 보인다. 짐칸 벽면의 조명은 떼어내서 손전등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실용성에만 치중하지 않고 감성 품질을 올리기 위한 고민이 엿보인다.

주행성능은 도시지역 이동이 잦은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날 시승코스는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구좌읍 평대리에 위치한 메이즈랜드를 돌아오는 약 70km 구간. 쭉 뻗은 직진주로와 언덕길이 섞여있어 동력성능을 평가해보기 알맞았다.

시속 50km까지의 주행은 부드럽다. 경차 특유의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꾹 밟고 시속 100km까지 올라가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차에 모닝과 같은 78마력 1000cc 가솔린 카파엔진이 탑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가속성능은 아니다.

우려했던 곡선주로 주행성능도 합격점이었다. 일반 경차보다 높은 차체로 코너 주행이 다소 불안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쏠림현상이 작았다. 차체 자세 안전성과 조향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주는 VSM(차세대 VDC)이 탑재된 덕분이다.

시승을 마치고 트립컴퓨터에 찍힌 평균연비는 12km/ℓ. 제원상 연비 17.0km/ℓ와 비교해 보면 실연비도 나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구매자 입장에서 레이는 기아차가 주 판매타깃으로 설정한 영유아 자녀 보유가족과 스타일리시하면서도 공간활용도가 높은 차량을 원하는 전문직·자영업자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한 차량으로 보인다.

문제는 올해 1월 출시해 높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모닝과의 판매 간섭효과다. 소비자들이 레이를 기존 경차와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CUV로 받아들여 줄지가 기아차가 레이의 판매목표로 제시한 연간 6만대 판매 달성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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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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