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멈췄지만 수급 이상無" 전력상황실 가보니

"원전 멈췄지만 수급 이상無" 전력상황실 가보니

정진우 기자
2012.01.12 15:16

[르포]올 겨울 가장 추웠던 12일, 한국전력거래소 전력한파 대비 비상 근무

↑ 남호기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이 긴급 전력수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홍봉진 기자
↑ 남호기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이 긴급 전력수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홍봉진 기자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파가 찾아온 12일 아침. 전력당국엔 초비상이 걸렸다. 이날 새벽 4시24분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가동을 멈춰서다. 그렇잖아도 예비전력이 충분치 않아 전전긍긍하던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거래소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5층 전력상황실. 서울의 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탓에 예비전력은 전날보다 크게 떨어졌다. 상황실 한쪽에 있는 워룸(War room)에선 남호기(62세) 전력거래소 이사장과 전력계통 본부장 등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남 이사장은 지난해 11월14일 취임 이후 매일 아침 이곳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특히 이날은 기상청에서 일찌감치 올해 겨울 중 가장 추운 날이 될 것이라고 예보했기 때문에 남 이사장은 비상을 걸어놓은 상태. 그는 회의 참석자들에게 "오늘 온도가 많이 떨어져 예비전력이 600만kW 이하로 내려갈 것 같다"며 "전력수요시장을 열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최대전력 수요가 7280만kW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예비전력은 559만kW(7.7%)로 비상 상황에까진 이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요자원시장 긴급 운용 △발전소 출력상황 운전 △발전소 소매소비 절감 등 비상 대책을 마련했다.

오전 8시10분 상황실 전력수급 상황판엔 전력예비율이 15%(1026만kW)로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10분 만에 60만kW가 떨어졌다. 아직 여유가 있지만 예비전력이 계속 떨어지자 상황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 한국전력거래소 전력상황실 내부ⓒ홍봉진 기자
↑ 한국전력거래소 전력상황실 내부ⓒ홍봉진 기자

상황실에는 6명 1개조로,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2명이 전국의 발전소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3명이 송전망을, 나머지 한 명이 전체 상황을 총괄한다. 상황실 벽면 한쪽엔 '365-1=0'이 적혀 있었다. 365일 중 단 하루라도 실수하는 날엔 모든 게 사라진다는 뜻이다. 남 이사장이 취임 후 만든 표어인데, 근무자들은 이 표어를 가슴에 새기고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8시40분이 되자 예비율은 9.1%(654만kW)로 뚝 떨어졌다. 전력거래소 직원들은 더욱 분주히 움직였다. 오전 9시부터 전력수요자원시장을 통해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전력수요자원시장이란 입찰을 통해 전력을 사고파는 것으로 예비전력 확보를 위해 전력거래소가 활용하고 있다. 사실 전날까진 계획이 없었다. 이날 새벽 원전이 가동을 멈춘 탓에 오전 6시에 추가 전력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전력거래소는 미리 약정을 맺은 115개 대기업에 오전 6시10분쯤 수요자원시장을 연다고 통보했다. 전력거래소는 △9시∼9시30분 70만kW △9시30분∼10시 100만kW △10시∼10시30분 50만kW △10시30분∼11시 30만kW 등 30분 단위로 세분화해 전력 확보에 나섰다. 이런 노력 탓에 오전 9시10분 전력예비율은 9.2%(666만kW)로 호전됐다.

조석 지식경제부 2차관이 상황실을 찾았다. 전력을 책임지고 있는 조 차관은 남 이사장으로부터 전력수급 브리핑을 듣고 상황실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기상청 한파 예보에다 새벽에 월성 원전까지 멈춘 탓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조 차관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에 하필이면 원전이 멈춰 걱정했는데 예비전력이 충분해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원전이 왜 멈췄는지 자세히 알아보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곧바로 원전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신종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만나기 위해 자리를 떴다.

↑ 남호기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오른쪽)이 조석 지식경제부 2차관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홍봉진 기자
↑ 남호기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오른쪽)이 조석 지식경제부 2차관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홍봉진 기자

오전 9시30분 예비율은 8.6%(632만kw)까지 하락했다. 전국의 주요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데다 사무실에서 업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간이어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5분후. 결국 예비전력 600만kW가 깨졌다. 598만kW(8.2%)를 기록한 예비전력은 600만kW를 넘나들면서 계속 불안하게 움직였다.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한 9시55분 예비전력은 595만kW를 찍은 후 본격적인 수요관리에 들어간 10시에는 다시 600만kW를 넘어섰다.

오전 10시 5분 예비전력은 9.5%(677만kW)를 나타내며 고비를 넘겼다. 전력피크 시간(오전 10시∼정오, 오후 5∼7시)에 각 기업이 전력사용을 10%씩 줄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대에 절약하는 전력이 150만-200만kW 정도로 원전 2기의 발전량에 해당한다. 공급능력을 갑자기 늘릴 수 없는 정부로선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한쪽에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절기 전력수급 비상계획 상황실도 준비 중이었다. 상황실에서 통제가 안될 경우 이곳에서 좀 더 세부적으로 전력수요를 관리하게 된다. 전국에 한파가 몰아친 지난 4일에도 상황실을 오픈했다. 지난 9·15 정전사태 이후 시스템을 개선하고 예비전력 확보 노력을 한 덕분에 전력수요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날 다행히 전력대란은 없었다.

남 이사장은 "월성 원전이 가동을 멈췄지만 예비전력을 확보하고 있어 전력수급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며 "지난 9·15 정전사태 이후 전력수급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겨울 에너지 절약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표창을 줘야 한다"며 "원전 추가 건설을 통해 전력 공급 능력이 늘어나는 2014년까지는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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