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후륜스포츠카 시장으로 돌아오다

토요타, 후륜스포츠카 시장으로 돌아오다

안정준 기자
2012.02.11 05:55

[Car&Life]30년전 단종됐던 후륜스포츠카 86 지난해말 출시...국내선 올해 출시예상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86을 직접 소개하는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사장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86을 직접 소개하는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사장

#지난해 11월 27일.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사장이 일본 시즈오카현에 위치한 '후지 스피드웨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후지 스피드웨이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1) 일본 그랑프리가 열리는 서킷이다.

레이싱 수트를 입고 등장한 그는 자그마한 스포츠카 한 대를 관중들에게 소개했다. 차의 이름은 '86'. 토요타가 30여 년 만에 다시 개발한 후륜 스포츠카가 최초로 공개된 순간이었다.

'잘 팔리는' 차 만들기에만 열중한 토요타가 방향을 조금 틀었다.

캠리와 코롤라 등 패밀리 세단의 대명사인 토요타가 '달리기 위한 차' 생산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1980년대 이후 대량생산 대량판매를 통해 글로벌 굴지의 기업으로 몸을 일으킨 토요타다. 토요타는 왜 소량 판매되는 후륜 스포츠카로의 '외도'를 시작한 것일까?

그 이유는 아키오 사장이 직접 공개한 스포츠카의 이름 '86'에서 찾아볼 수 있다.

80년대 토요타의 마지막 후륜 스포츠카 'AE86'
80년대 토요타의 마지막 후륜 스포츠카 'AE86'

86은 토요타가 1983~1987년 생산한 'AE86'(트레노 스프린터)의 이름을 이어 받은 모델이다.

AE86은 당시 후륜구동 모델을 만들던 토요타가 전륜구동 모델 주력으로 넘어가던 과도기에 마지막으로 생산한 후륜 스포츠카다.

토요타가 AE86을 기점으로 전륜 주력으로 돌아선 까닭은 '많이 팔리는 차'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후륜은 앞뒤 무게 배분을 50:50으로 둘 수 있어 달리는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엔진 동력을 뒷바퀴에 전달해주기 위한 축(프로펠러 샤프트)이 뒷좌석 바닥을 가로지르게 돼 뒷 공간이 전륜에 비해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

당시 온 가족이 탈 수 있는 세단을 만들어 판매를 대폭적으로 늘리려던 토요타에게 후륜구동은 내려 놓아야 할 짐이었다.

토요타의 전략 수정은 대성공이었다.

1990년대 이후 중형세단 캠리와 준중형 코롤라가 전 세계 시장에서 대 히트를 기록했고 마침내 2008년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글로벌 판매 1위 브랜드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토요타의 1위 수성은 쉽지 않았다. 2010년 미국에서 브레이크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 파동을 겪었고 이 때부터 대량 생산·판매에만 주력한 토요타가 품질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들끓었다.

글로벌 각지에 생산시설을 무리하게 늘리면 품질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통설이다.

결정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지진으로 부품 수급망이 끊기며 무리하게 확장한 글로벌 대량생산 시스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토요타 내부에서도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국내시장 판매가 시작되는 86
올해 국내시장 판매가 시작되는 86

이런 가운데 30여년 만에 다시 등장한 이름이 '86'이다. 86은 30년 전 단종된 AE86과 같은 후륜 스포츠카다.

뒷좌석 공간을 신경 쓰지 않고 '잘 달리는' 차를 만들던 80년대 정신으로의 회귀인 셈이다.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86을 공개한 도요다 사장은 "자동차를 사랑하는 분들, 이걸로 즐겨주세요"라며 '86 정신'을 강조했다.

물론 토요타가 다시 후륜을 주력으로 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86을 기점으로 생산 확대에만 신경 쓰던 토요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토요타는 지난해부터 증산보다 꼼꼼한 부품 수급과 품질관리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적게 팔릴지언정 자동차의 본질인 '품질'과 '달리기'에 집중하던 30년 전 모습으로 회귀하겠다는 것.

수입자동차업계에 따르면 86은 연내 국내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86 출시와 함께 보다 꼼꼼한 품질로 무장한 신형 캠리와 신형 렉서스 GS도 국내시장 판매가 본격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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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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