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 늦추면 美·中 순식간 추격"…'HBM 아버지'의 경고

"반도체 투자 늦추면 美·中 순식간 추격"…'HBM 아버지'의 경고

최지은 기자, 박종진 기자, 김남이 기자
2026.05.13 17:40

[절체절명의 순간, 자멸 선택한 삼성 노조]③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인터뷰..'미래 위한 과감한 투자' 주문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기술 개발과 투자가 늦어진다면 미국 마이크론·샌디스크, 중국 메모리 기업들과 격차는 순식간에 줄어들 겁니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13일 머니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지금보다 훨씬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가 단순 부품의 역할을 넘어 국가의 패권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떠오른 만큼 R&D(연구개발)와 생산능력(CAPA·캐파)·인재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 특히 "올해 영업이익의 절반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하이브리드 본딩 △냉각 △시그널 인테그리티(신호 무결성) 등 차세대 HBM 구현에 필요한 핵심 기술 확보는 물론 관련 제조 장비와 전력공급망·패키징 등 인프라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284,000원 ▲5,000 +1.79%)SK하이닉스(1,976,000원 ▲141,000 +7.68%)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이 약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김 교수는 "추론·개인화 서비스가 확대되면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1000조원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의 영업이익을) 단기 성과로만 볼 게 아니라 향후 10~20년 동안 세계 최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재투자 재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여년 이상 메모리 반도체를 연구해 온 김 교수는 AI(인공지능) 구동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기본 구조를 창안한 인물이다. HBM 개념 정립과 상용화 설계에도 직접 참여해 국내 메모리 기술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HBM4, HBM4E 메모리가 전시돼 있다. (공동취재) 2026.03.18. photo@newsis.com /사진=류현주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HBM4, HBM4E 메모리가 전시돼 있다. (공동취재) 2026.03.18. [email protected] /사진=류현주

이날 김 교수가 위기감을 드러낸 배경에는 메모리 산업의 기존 '사이클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AI 서비스가 추론·개인화 중심으로 진화하면서 토큰(AI가 정보를 처리하는 최소 단위) 길이와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고 AI 에이전트가 상시 구동되는 구조로 바뀌며 메모리 수요 역시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존 토큰 길이가 킬로바이트(KB) 수준이었다면 추론 서비스 시장에선 기가바이트(GB·약 105만 KB)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제 사이클에 따라 업황의 등락이 반복되는 시대는 사라졌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HBM4부터 메모리 산업의 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에는 메모리 자체의 성능·용량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베이스다이와 패키징 등 시스템 반도체 역량까지 결합된 '토털 솔루션 경쟁'으로 재편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HBM4부터는 베이스다이에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일부 기능이 들어가고 메모리간 통신 기능도 탑재된다"며 "HBM이 더 이상 단순 메모리가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 역시 단순 D램이 아니라 파운드리·패키징·생태계 역량까지 포함한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최근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에는 "기술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은 필요하지만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 역시 장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단기 성과만 보기보다 장기적 재투자와 인재 육성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유지해야 결국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빠른 인허가 처리 등 기업이 경영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노사 갈등 등 사회적 갈등 역시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지고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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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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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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