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호점 주변 가격경쟁… 같은 구 평균가격보다 70원 가량 저렴

지난 10일 금천구 시흥동 형제주유소는 알뜰주유소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서울 지역 첫 알뜰주유소다.
불과 열흘 남짓 지나면서, 형제주유소가 위치한 독산로 주변은 기름 값 전쟁터가 됐다. 독산로 2km 구간에 줄지어 늘어선 주유소 세 곳이 경쟁적으로 기름값을 낮춘 것이다.
형제주유소로부터 600여m 떨어진 금천주유소는 휘발유를 1949원에, 경유는 1776원에 판매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와 동일한 가격이다.
형제주유소로부터 1km가량 떨어진 남서울주유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휘발유와 경유를 알뜰주유소보다 각각 2원씩 더 싸게 판매한다.
서울에서 휘발유가 싼 편에 속하는 금천구의 18개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인 2020원에 비해서도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하지만 시흥대로를 사이에 두고 형제주유소 맞은 편에 있는 SK금천주유소와 백산주유소는 휘발유를 각각 2039원과 2253원에 판매하고 있다. 알뜰주유소를 가려면 차를 돌려야 하는 만큼 '경쟁'이 벌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른 알뜰주유소 주변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29일 경기도 용인시에 문을 연 경동 알뜰주유소 1호점은 21일 현재 1938원에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다. 인근 주유소 5곳의 휘발유 가격은 1939~1952원으로 용인시 평균가격인 1998원보다 50원 가량 저렴하다. 알뜰주유소 도입으로 기름값 인상 효과를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주유소들의 할인 경쟁에 소비자들은 즐겁다. 형제주유소를 찾은 박모씨(42·여)는 "알뜰주유소가 생겼다고 해서 지나는 길에 일부러 들렀는데 집 주변보다 많이 싸다"며 "앞으로 알뜰주유소를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알뜰주유소 인근의 일반주유소들은 죽을 맛이다. 알뜰주유소에 맞춰 기름값을 내리자니 공급가격(원가)이 달라 수익이 줄고 그대로 받자니 발걸음을 돌리는 고객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격이 절대적인 척도로 작용하는 업종의 특성상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알뜰주유소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 중인 인근 주유소 관계자는 "우리는 다른 주유소가 2000원 넘게 받을 때도 1999원에 팔았었는데 저기(형제주유소)가 들어오고 난 뒤에 50원이나 내렸다"며 "알뜰주유소는 기름을 싸게 공급 받지만 우리는 예전과 똑같아서 가격 인하분이 고스란히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격을 내리지 않는 주유소의 경우에는 고객이 급감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에 비해 50원 가량 비싼 가격에 기름을 판매하고 있는 인근 일반주유소 관계자는 "알뜰 주유소가 들어선 후 매출이 30%넘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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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주유소를 둘러싼 갈등은 점점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알뜰주유소가 전국에 7곳뿐이지만 연말까지 300여개의 자영주유소가 알뜰주유소로 전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알뜰주유소 전환 시에는 간판 교체비용 등 최대 2300만원이 지원된다. 올해 알뜰주유소와 관련해 책정된 예산은 77억원이다.
한 주유업자는 "정부가 세금을 들여 알뜰주유소 홍보를 도와주는 셈"이라며 "유류세 인하같은 근본적인 처방없이 알뜰주유소를 제외한 나머지 주유소를 다 망하게 하는 이런 정책은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우리도 알뜰주유소로 전환을 하고 싶지만 알뜰주유소 반경 5km 이내에는 허가가 안 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알뜰주유소 선정을 주관하는 한국석유공사 홈페이지에는 '사업 목적상 거리제한 및 지역별 안배를 고려할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초기에는 알뜰주유소 거리 제한 방침이 있었으나 재검토 중이며 전환을 원하는 주유소는 요건에 해당하면 최대한 받아들여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알뜰주유소 제도는 오히려 주유소가 정유사에 공급가 인하를 요구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