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2년이면 정규직", 줄소송 예고

"사내하청 2년이면 정규직", 줄소송 예고

강기택 기자
2012.02.23 14:51

재계 노동시장 경직성 심화, 경쟁력 약화 우려...노동계 "전산업 적용" 소송 예상

'2년 이상 근무한 사내 하청 근로자는 정규직원으로 봐야 하므로 해고가 부당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서 산업계와 노동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판결로 노동계가 전 산업의 적용 요구를 위한 소송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현대차의 사내하도급업체 소속 비정규직 1941명이 정규직 전환과 임금 차액 지급 등을 요구하는 소송(근로자 지위 확인 및 체불임금 청구소송)을 냈다.

현대차 뿐 아니라 사내 하도급을 활용하고 있는 조선, 철강 등 산업계 전체가 소송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 300인 이상 기업 1939개소를 조사한 결과 41.2%의 사업장에서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으며 사내하도급 근로자수는 32만6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4.6%에 달한다.

특히 조선(61.3%) 철강(43.7%), 화학(28.8%), 기계금속(19.7%) 등이 자동차(16.3%) 업종보다 사내하도급 근로자수가 많았으며 전기전자는 이 비중이 14.1%였다.

재계는 이처럼 국내 제조업체들이 사내하도급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이유를 “노동의 유연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제조업 파견 금지, 까다로운 정리해고 요건, 불합리한 노동 관행 등 때문에 사내하도급은 생존을 위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또 이번 판결에 따라 합법적인 사내하도급 근로자까지 모두 직영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요구가 거세져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이 경우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투자 감소→ 생산 감소 → 고용 감소 → 소비 감소 → 투자 감소’의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사내하도급을 직접 고용할 경우 연 5조4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약 11만6000명의 상용 근로자를 신규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또 이 같은 수치는 2001~2010년 연평균 신규 취업자 26만7000명의 43.7%에 해당한다.

특히 재계는 수요변동에 민감한 자동차 등 내구재 산업의 경우 경기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물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사내하도급 근로자까지 직접 고용하게 돼 고용유연성이 더 악화되고 결과적으로 경쟁력 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사내하도급과 파견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고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유로운 간접고용 운영, 상시적인 일시해고, 저임금 근로자 채용, 성과 연동 임금제 등을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력 격차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내하도급의 불법파견 여부에 대해서도 BMW, 메르데세스-벤츠, 폭스바겐 등과 같은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법적 판단이 한국과 달라 훨씬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독일 연방법원의 경우는 ‘도급계약상 일에 관한 것이라면 하도급 근로자가 원청 사업장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원청 감독자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더라도 불법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해 대법원과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이날 현대차 하청업체 직원으로 현대차 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최모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는 2002년 3월 헌대차 하청업체에 입사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다 만 3년이 지난 2005년 노조활동과 장기무단결근 등의 사유로 해고당하자 "원청회사인 현대차가 실질적 고용주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사내하청은 근로자 파견이 아닌 도급에 해당, 적법한 파견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2010년 7월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대법원의 파기 취지대로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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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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