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사용제한, 다음 겨울에도 똑같이?

전기 사용제한, 다음 겨울에도 똑같이?

김도윤 기자
2012.03.07 09:20

[기자수첩]

이제 뒷모습을 남기고 물러간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기온도 기온이지만, '블랙 아웃' 공포로 전기 사용 감축 의무화 조치가 실시돼 체감 온도는 더 떨어졌다.

기업 현장을 찾아다니는 기자는 '전기감축 의무화'가 부른 산업현장의 코미디같은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지난달 방문했던 한 전자부품 제조사는 멀쩡한 난방시설을 갖추고도 대형 등유 난방기를 구입해 건물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전기를 사용해 난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대형 전력 설비를 제조하는 한 대기업에서는 전기를 아끼기 위해 신제품 시험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통에 제품인증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력난을 감안해 시행한 조치라는 점에서 이해는 하지만 고민없이 내놓은 규제라는 볼멘 소리가 겨우내 산업현장에서 끊이지 않았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2월 계약전력이 1000킬로와트(kW) 이상인 산업체에 대해 전력 수요가 많은 오전 10~12시, 오후 5~7시 사이에 지난해보다 전력 사용량을 5~10% 줄이라고 의무화했다. 업계에선 "10%가 어떻게 해서 나온 수치인지 모르겠다"며 "별 고민도 없이 그냥 10% 줄이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하소연한다.

졸지에 70~80년대 등유난방 시대로 돌아가야 했던 회사의 관계자는 "하루 전기요금 1만원이면 난방을 할 수 있는데 3만원씩 등유를 구입해 난방을 했다"고 돌이켰다.

"주문량이 늘어나 생산설비를 돌리는 데 쓰는 전기만으로 제한치를 넘어가기 때문에 다른 목적으로는 전기를 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기업 관계자도 늘어나는 주문량 때문에 걱정해야 했다고 푸념했다.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전기 사용 제한치를 넘어갈까 신경쓰느라 진이 빠졌다"는 말이다.

산업현장에선 '전력난'으로 물러나야 했던 최중경 전 장관을 지켜본 홍석우 지경부 장관의 조급함이 산업현장에서 이같은 '코미디'로 이어졌다는 불만도 높다. 전력 감축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한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다음엔 보다 유연하고 산업 친화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뒤따른다.

정부의 감축의무 조치는 지난달 29일로 효력이 다했다.

지식경제부에선 이 조치를 매 겨울마다 이어갈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올 겨울에도 이같은 조치가 똑같이 반복될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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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미래 먹거리 바이오 산업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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