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원전강국 한국? "글로벌 망신 코리아"

[기자수첩]원전강국 한국? "글로벌 망신 코리아"

정진우 기자
2012.03.15 17:45

지난 14일 정부과천청사 지식경제부 기자실. 기자간담회 차 내려온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의 표정은 어두웠다. 당초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의 핵심인 '성과공유제' 확산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간담회 초점은 고리 원자력발전(원전) 1호기 전원 중단 사고에 맞춰졌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지난 2월9일 조직적으로 이 사고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서다. 원전 주무부처 수장인 홍 장관은 배신감에 젖은 표정으로 "국민께 죄송하다.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 하겠다"면서 한수원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원전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정부의 원전 정책에 따라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적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작업 절차를 무시한 안전 불감증과 엉성한 관리감독 체계, 엉터리 보고, 부실한 장비 관리, 현장 감시 인력 축소 등 총체적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리 원전이 있는 부산을 중심으로 "원전을 모두 폐쇄해버리자"는 얘기가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입만 열면 "원유, 가스를 100%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경제성이 뛰어난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덕분에 안전하다고 자랑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원전 운영을 책임지는 한수원이 국민을 감쪽같이 속인 마당에 이제 누가 정부의 말을 믿겠나.

이번 사태는 정부 원전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처럼 원전 안전 시스템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더 이상 원전을 짓지 못할 뿐더러 기존 원전 운영도 힘들어질 것이다.

1년 전 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전 세계엔 원전에 대한 두려움이 퍼졌다. 원전을 영원히 폐기하자는 운동도 일고 있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선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한번 씩 터질 때마다 '원전 폐기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10일 후면 전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서울에 집결하는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린다. 앞서 23∼24일 '원자력인더스트리 서밋'이 열리는데, 글로벌 원전 기업들과 국제단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모여 핵 안보와 원자력 연계 문제를 논의한다. 행사 주관사인 한수원이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알리는 게 이 행사의 목표다. 전 세계 원전 전문가들로부터 비웃음이나 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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