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GM이 치른 비용

[기자수첩]한국GM이 치른 비용

안정준 기자
2012.03.27 13:36

"근거 없는 외신 보도에 국내 언론이 함께 움직여서 참 힘들었습니다. 아니라고 말씀을 드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독일 오펠로 생산물량이 이전된다'는 설에 시달려온 한국GM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오펠의 유럽공장 폐쇄가 가시화되며 한국GM 생산물량의 오펠 이전설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한국GM은 한시름 놓게 됐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지난 2개월 간 '독일 외신 발 소문'이 몰고 온 여파가 작지 않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1월 오펠의 본사가 있는 독일 현지 언론을 통해 GM이 한국GM 생산라인 일부를 오펠로 이전해 적자에 허덕이는 오펠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 일부 언론이 이를 여과 없이 따라서 보도했다.

하지만 유럽시장에서 오펠이 처한 상황과 GM 내에서 오펠의 위상 등을 감안하면 국내 언론의 이 같은 추종보도는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컸다.

오펠은 연간 50만 대의 생산과잉으로 유럽시장에서 1999년 이후 140억달러의 누적적자를 낸 회사다. GM은 오펠과 쉐보레 두 개 브랜드로 유럽시장을 공략중인데 오펠의 유럽 점유율은 매년 줄어든 반면 쉐보레는 올라갔다. GM으로서는 유럽에서 팔리는 쉐보레 모델의 98%를 생산하는 한국GM의 물량을 줄이면서까지 오펠 살리기에 나설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독일 현지 언론을 통해 생산물량 이전 보도가 나온 것은 공장 폐쇄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 오펠 노조와 독일 정부의 입김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추종보도의 여파는 컸다. 독일 언론의 보도를 국내 언론이 확인해 줌으로써 GM내에서 한국GM의 위상이 대단치 못하다는 인상을 국내외 자동차 업계에 확산시켰다. 국내 생산라인을 해외로 쉽게 빼 갈 만큼 한국의 투자 규정이 느슨하다는 의혹도 부풀렸다.

지난해 106억달러(완성차+CKD)를 수출한 한국GM이 국내 완성차업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15%다. 1만7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하는 한국GM의 국내 고용유발효과도 크다.

이처럼 한국GM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일련의 '해프닝'이 가져온 경제적 손실을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구체적 수치를 계산하기는 힘들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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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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