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EU 공동 연구개발협력 회의장···원천기술 가진 유럽,상용화 능력 뛰어난 한국에 손짓
오재훈 포스코 EU사무소(독일 뒤셀도르프 소재) 팀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유럽에서 포스코가 새롭게 할 수 있는 사업이 뭘까?"를 궁리하며, 신성장동력을 찾기에 여념이 없어서다.
그러던 그에게 최근 희소식이 들렸다. 벨기에에서 한국과 유럽의 기업 및 연구소 관계자들이 모여 연구개발(R&D) 협력을 논의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린다는 것. 그는 지난 21일 가방 하나만 둘러메고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벨기에 브뤼셀 래디슨블루 호텔까지 3시간 이상 차를 몰고 달렸다.
이날 열린 행사는 '2012 유레카데이- 1대1 매치메이킹'. 우리나라 기업 및 연구소와 유레카(유럽 공동 연구개발 협력체) 회원국 기업 및 연구소가 1대1로 만나 R&D협력을 논의하는 이벤트다.

오 팀장은 현장에서 만난 네덜란드 컨설팅 기업 RSM 관계자에게 "포스코가 앞으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강화할 계획인데, 유럽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뭐가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막스 데 뤼터 RSM 컨설턴트는 "우리와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이 포스코의 신재생에너지 진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같이 R&D를 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많다"며 "7월에 20개 정도의 거래 기업을 이끌고 한국에 갈 예정인데, 포스코를 방문하고 싶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오 팀장에게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맨땅에 헤딩하듯 유럽 각국을 돌며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데, 유럽 기업들이 먼저 포스코를 찾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에서 포스코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면서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떤 아이템으로 협력할 수 있을지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R&D 한류 바람이 거세다. 한국과 R&D 협력을 희망하고 있는 유럽 현지 기업이나 연구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원천 기술이 강한 유럽이 한국과 R&D를 함께 하려는 이유는 뭘까. 바로 우리나라 기업과 연구소들의 상용화 기술이 뛰어난 덕분이다.
지난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레카데이 행사장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포스코처럼 유럽 기업과 1대1로 R&D 협력을 논의한 한국 기업과 연구소는 24개에 달했다. 이날 열린 회의만 총 96회. 유럽 쪽 기업과 연구소는 26개가 참여했는데, 대부분 한국 기업과 만남을 원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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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욱 소리바다 이사도 새로운 사업을 찾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 네덜란드 게임회사인 퀘스트 인터렉티브 관계자를 만났다. 이 회사는 자사의 각종 게임에 소리바다가 제공하는 음악 서비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접목시키기 원했다. 소리바다 역시 최근 페이스북에 서비스를 제공한데 이어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었다.
한 이사는 퀘스트 인터렉티브 관계자에게 "전 세계에서 17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노래를 내려 받아 들을 수 있다"며 "기술 협력을 통해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소리바다를 직접 찾은 벨기에 회사도 있었다. 의료기기 업체인 할로(HaLO, Heart Link Online)의 페포툰 사장은 한 이사에게 자신의 노트북에 담긴 회사 홍보 동영상을 보여줬다. 집에 있는 노인들의 심장박동을 실시간 체크해 담당 의사 컴퓨터나 PDA 등으로 전달해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시스템에 소리바다의 음악 서비스를 가미하고 싶다는 것. 한 이사는 "노인들도 자신들이 직접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이 있을 것"이라며 "이 기기에 우리 서비스를 보태면 노래를 들으면서 건강 체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전문 중소기업인 KMSLab의 배희정 사장도 유럽 측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지난 2000년에 세워진 이 회사는 현재 LG와 대우ENG 등 국내 대기업들과 거래를 하고 있지만, 글로벌 R&D파트너가 절실한 상황. 배 사장은 "우리처럼 기술로 먹고 사는 기업은 국내 시장에서만 머무르면 안 된다. 국제 R&D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유럽 쪽에서 우리 기업들과 함께 R&D를 하자는 요청이 많다"며 "우리의 기술이 유럽에서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