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정치부재 日' vs '정치과잉 韓', 그리고 경제

[광화문]'정치부재 日' vs '정치과잉 韓', 그리고 경제

오동희 기자
2012.07.04 06:00

 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던 일본 위기의 출발은 어디였을까. 영원할 것만 같던 '전자제국 일본'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일부 기업은 바뀐 주인을 섬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달 초 2박3일의 짧은 일정이긴 하지만 일본 경제계와 학계, 전자산업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돌아와서 느낀 점은 일본 위기의 뿌리는 리더십 부재로 인한 '정치 실종'이 가장 크다는 것이었다.

 지난 2일에도 집권당인 민주당의 실권자로 최대 계파인 오자와 이치로 전 대표가 50명의 지지 의원을 이끌고 탈당해 일본 정치권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일본의 정치상황을 바라보는 일본 국민들의 반응은 "이제 지겹다"는 것이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이 1991년 버블경제 붕괴 이후 정치 혼란을 겪으면서 리더십 부재에 빠졌고, 이것이 위기의 시초라고 진단했다.

 정치는 사회의 기초다. 정치적인 기초행위를 통해 제도가 만들어지고, 사회가 움직이며, 산업이 성장하고, 국민들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각제인 일본이 과거 총리의 수많은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이 같은 정치권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정치의 축인 관료집단이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일본 내부의 평가다.

 그래서 일본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세력은 '관료집단'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일본 관료집단의 상징 모델로 꼽히는 것이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다. 다나카 총리, 다케시타 총리, 가네마루 신 자민당 부총재 등 일본 정치권의 거물들을 법정에 세워 '총리 킬러'로 불리는 이같은 관료집단이 존재해 일본의 중심이 섰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정치 혼돈으로 관료사회가 '복지부동'에 빠졌고, 관료집단의 '나태'는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할 관료집단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기업의 대주주들인 메가뱅크들은 손을 놓았고, 산업의 부실화가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위험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메가뱅크들은 우선 '생명연장'을 위한 자금수혈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 '옥석'을 가려야 하는 위치에 있는 주요주주들이 이러다보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생기지 않고, 결국 국제 경제전쟁에서 판판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관료조직에 생기를 불어넣고, 관리·감독 기능이 살아나면서 금융권을 통한 제조업의 컨트롤이 가능해져야 '은퇴 일본'이 아니라 '청년 일본'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게 일본 지식인들의 목소리다.

 아이러니하게도 위기에 빠진 일본 지식인들이 한결같이 한국에 대해 부러움을 드러냈다. 대통령제의 특징이기는 하지만 정치권의 리더십과 경제계의 오너십이 한국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둑이든 장기든 실제 대국자보다는 옆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이 수를 더 잘 볼 수 있다. 이유는 사물에서 멀리 떨어져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일본이 부러워하는 한국'이 우리 내부에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가 문제로 지적하는 한국의 의사결정구조가 부럽다고 말했고, 대기업 오너 경영에 대해 '자리보전'에만 신경쓰는 메가뱅크 경영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이든 기업이든 신속한 의사결정과 발빠른 실행력이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고, 이것이 현재 일본에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또 일본이 정치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데 반해 한국은 오히려 '정치과잉'의 조짐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표심에 기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기업 규제와 족쇄를 만드는 '정치과잉'이 국가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훈수'를 두는 이들의 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