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티아라와 삼성의 뒷다리론

[기자수첩]티아라와 삼성의 뒷다리론

이상배 기자
2012.08.02 17:22

삼성전자 조직문화의 강점, 이건희 회장의 "뒷다리 잡지 말라"는 '뒷다리론'

얼마 전 삼성전자를 거쳐 다른 그룹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A사장을 만났다. 그에게 삼성전자의 조직문화가 가진 강점을 물었다. 그는 망설임없이 '뒷다리론'을 들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포하면서 강조한 얘기다. A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뒷다리론의 핵심은 이렇다. "달릴 사람은 달리고, 걸을 사람은 걸어라. 또 쉬었다 갈 사람은 쉬어라. 대신 다른 사람의 뒷다리는 잡지 마라. 월급은 줄테니 그냥 옆에 비켜서 있어라. 뒷다리 잡는 사람이 있으면 달리고 싶은 사람도 못 달린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좋으니 열심히 하는 사람을 방해하고 견제하지는 말라는 얘기다.

뒷다리 잡는 사람, 다른 사람을 견제하고 공격하는 사람은 어느 조직에든 있게 마련이다. 삼성전자도 예외일 리 없다. 다만 상대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적고, 이들이 마음대로 행동하기 어려운 것 만은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조직문화가 뒷다리 잡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도태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A사장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제품 개발 속도를 자랑하게 된 것이 '뒷다리론' 덕분이라고 했다. 개발 속도를 높이려면 여러 부서 간의 협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누군가 중간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조율을 시도해야 한다. 삼성전자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인재'로 인정한다. 반면 A사장이 거쳤던 다른 기업 B사에서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쓸데없이 오지랖만 넓다"며 내부견제가 이뤄졌다고 한다. B사는 한때 부도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여성 아이돌그룹 티아라의 '왕따설'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 역시 '내부견제'의 산물이다. 진실은 아직 알 수 없지만, 구성원 사이에 내부적인 갈등이 있었음은 기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의 김광수 대표 역시 인정한 바다.

문제는 갈등을 빚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화해를 유도하는 노력이 없었거나 부족했다는 점이다. 논란 끝에 티아라는 단독콘서트를 앞두고 잠정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회사든, 아이돌그룹이든 '뒷다리'에 따른 피해는 그 조직 전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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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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