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력 상생'의 또 다른 의미

[기자수첩]'인력 상생'의 또 다른 의미

유현정 기자
2012.10.22 17:51

지난 17일 '대·중소기업 상생 인력양성협의회'가 출범했다. 수직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경쟁력 있는 인적자원을 양성해보자는 취지다.

행사는 회장사를 맡은 포스코의 본사에서 열렸다. 76개의 회원사도 참석했고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도 자리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인력 양성을 돕고 경쟁력 있는 기술인력 배출에 동참해서 함께 '상생'해 나가자는 뜻에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반대하는 이는 없는 듯 보였다.

인력 양성은 투자를 동반하는 행위다. 간단하게 '인건비'로 이해해도 좋고 더 넓게 의미를 확장하면 기업과 선순환을 일으키는 임직원의 자기계발 및 고용, 복지, 노조 문제 등도 포함한다.

현대 사회의 기업들은 이미 이 부분에 적잖은 투자를 하고 있고 경영활동의 중요한 결정사항이 됐다. 그런데 대기업 스스로 그 비용을 감당하는 희생을 치르며 중소기업의 인력양성을 기꺼이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적료' 논란이 일 만큼 숙련된 중소기업 인력을 빼간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기업들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속사정은 다를 수도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자체 인력을 양성하는 것보다 협력사 인력의 질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고 말했다.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 인력을 양성하는 데 대한 부담을 지느니 차라리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란 명분도 살리고 비용 절감이란 실익도 챙기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시각이다.

인력양성에 대한 상생은 지난해 9월 동반성장위원회의 전문인력실무위원회에서 최초 논의가 됐고 이채필 장관이 최근 '이적료' 발언을 하면서 수면위로 올라왔다.

'성과 공유제'로 대표되는 대·중소기업 상생은 함께 노력해 일군 성과를 나눈다는 개념이다.

반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인력양성 상생은 일자리 '아웃소싱'을 굳히는 성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기업과 인력양성을 함께 한다고 해서 중소기업의 임금과 노동환경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전시성 행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협력사 직원들의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는 '공정 거래'가 먼저 아닐까. 대기업들이 진짜로 희생해줘야 할 부분이다.

행사를 지켜보는 내내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사내 하청'과 '비정규직'의 틀에 묶여 방황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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