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비숍과 마이클 그린이 쓴 '박애자본주의(Philanthro Capitalism)'라는 책에는 진보나 보수 어느 쪽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힌 자본주의가 어디로 가야할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박애자본주의는 그나마 성공적인 체제로 인정받는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박애정신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논지다. 박애자본주의는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본주의를 의미하며, 그 수단은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박애자본주의는 단순히 적선이나 선심을 쓰는 '돈 뿌리기'식 방식이 아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인간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자본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1억원을 들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 아래로 뿌리는 것은 단순한 적선이다. 그 효과는 '1억원을 써서 1억원에도 못미치는'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다. 아래에서 돈을 주운 사람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더 가지고 덜 가진 것에 대한 그 사이의 갈등도 있다.
근대화 이후 자본주의는 언제나 논란의 중심이었다. 성장이냐 분배냐는 논란에서 어느 한쪽도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자본주의는 지켜야할 대상이나 타도의 대상으로 불리며 극단을 달려왔다.
분배와 복지는 비효율과 성장의 저하를, 신자유주의는 전세계적 빈부격차와 금융위기를 몰고 왔다는 양 극단의 인식으로, 자본주의는 지킬 수도, 깰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도달했다. 성장지향으로 더 나아갈 경우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분배 중심으로만 나아갈 경우 감당하기 힘든 재정으로 인한 저성장의 위기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 대안이 박애자본주의다.
적선식 기부나 기여가 아니라 1억원의 박애자본으로 공평한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고, 절망 속에 있는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치투자가 '박애투자'다.
박애자본주의는 단순히 기부가 자선행위가 아닌 투자행위로써 이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은 수익금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박애가치다. 고기를 잡아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 도구를 주고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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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투자는 고기를 사는데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낚시 도구를 사고,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비용을 지불해 그 투입비용보다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얻는 것이다. 그래서 박애자본주의가 포스트 자본주의의 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2~3년간 전 세계의 화두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분노(fury)'다 . 신자유주의에 대한 월가의 분노, 자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한 제3 세계 철권통치에 대한 분노. 경제위기로 인한 유럽 민중의 분노 등이다.
그 기저에는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에 대한 절망이 숨어 있다.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절망은 계층간 갈등의 심화로 이어져 세계적인 위기의 씨앗을 품고 있다.
이 와중에 전세계는 지금 새로운 정치세력들의 교체기를 맞고 있다. 선거판에선 이런 분노를 등에 업은 분노 마케팅이나, 분노를 달래기 위한 포퓰리즘에 기대여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이런 이벤트가 실질적으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판만 있을 뿐 확실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최근 기업들을 중심으로 저소득층 채용이나 저소득층 방과 후 학교 등 희망의 사다리를 놓는 '박애자본주의'의 실험은 고무적인 일이다. 단순히 기초생활비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단계로 스스로 올라갈 디딤돌을 놓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220명의 저소득층 대학 졸업생을 특별전형을 통해 뽑은 것은 가난의 되물림을 끊는 시발점으로서 박애자본을 투입하는 첫 시도로 보인다. 한국적 박애자본주의가 사회전체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