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日 전자산업 몰락..강건너 불 아니다

[광화문]日 전자산업 몰락..강건너 불 아니다

오동희 산업1부 부장(재계팀장)
2012.11.27 08:20

일본 전자산업의 몰락은 한국에게는 '강 건너 불'일까? 역사의 수레바퀴는 결코 일본 전자업계의 몰락이 강 건너 불이 아니라고 말한다.

'전자왕국' 일본을 이끌던 대표 3총사인 샤프, 파나소닉(구 마쓰시타), 소니가 침몰하고 있다. 한 때 세계 최고 기업으로 칭송받았던 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정크' 등급으로 강등됐다.

침몰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들이 많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원만한 내수시장과 자국 기술의 우월성을 맹신해 기술고립에 빠진 '갈라파고스 증후군'과, 금융권 대주주로 인해 도전정신이 사라진 일본 기업문화, 엔화강세, 잦은 정치적 불안 등이 꼽히고 있다.

어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스러져가고 있다. 한국 전자업체들은 이들의 모습을 보고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

전자산업의 역사적 흐름을 볼 때 과거 일본 전자산업의 영화가 현재 한국 전자업체들의 모습과 비슷했듯이, 오늘날 일본 전자기업들의 현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다가올 한국 전자업체들의 미래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일본 전자업체는 한국 전자업체들의 '롤 모델'이었다. 1980년대 전후에는 '주말 교육'이라는 게 있었다. 일본 현지 기술자들을 주말에 비행기를 태우고 한국으로 '모셔와' 휴일동안 잠깐 기술을 배우고, 다시 일본 내 생산 현장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당시 이런 현상이 빈번해지자 일본 정부는 일본 엔지니어들의 여권을 빼앗기도 하고, 한국으로의 출국을 막기도 했다. 그 다음에 고안한 기술습득 방법이 '가족여행'이었다.

당시 일본 엔지니어들이 3박 4일 정도의 일정으로 가족들과 함께 동남아로 여행을 가서 가족들은 현지에 두고 엔지니어만 한국으로 다시 들어와 기술을 가르쳐주고, 휴양지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 일화는 업계에서 오래된 일화다.

한국 전자업체들이 '기술의 스승'으로 모셨던 기업들이 샤프, 마쓰시타, 소니, 산요, NEC, 후지쯔, 도시바 등등이다.

샤프는 샤프펜슬, 일본 최초 흑백 텔레비전, 세계 최초 전자계산기, 세계 최초 14인치 LCD TV를 개발한 업체다.

소니의 명성은 또 어땠나? 전자업계 최대 히트작으로 꼽힌 워크맨 카세트 플레이어, 소니TV, 플레이스테이 등 한 때 소니 제품 하나 정도 없으면 유행에 뒤떨어진 사람취급을 받았다. 소니는 국내 삼성전자와는 2004년 LCD 패널 생산 합작사인 S-LCD를 공동설립하기도 했다.

파나소닉(구 마쓰시타)과의 인연은 더 아이러니하다.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는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불렸던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1918년 오사카에 설립한 회사로 전세계 전자업계를 호령하던 기업이다. 또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매제인 이우에 도시오가 파나소닉에서 나와 1947년 설립한 곳이 산요전기다.

산요전기는 지난 2009년 9조 2000억원에 파나소닉에 피인수됐고, 지나친 인수대금으로 파나소닉이 위기에 몰리는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파나소닉은 한 때 삼성과 PDP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과 함께 특허분쟁을 벌였던 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자산업 초창기에는 삼성과 파나소닉(산요전기 포함)도 협력 관계에 있었다. 삼성전자는 1969년 이 산요전기와 '삼성산요전기'를 설립하고 전자산업에 발을 내디뎠으며, 이 회사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1970년 처음 흑백TV를 생산했다. 오늘의 세계 TV 1등의 첫 출발점이기도 하다.

한 때 세계 1위를 달리며 기술을 가르쳤던 기업은 몰락의 위기에 처해있고, 그 회사로부터 기술을 배운 기업이 현재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그랬듯이 언제든 자만하면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현재 국내 기업들이 나름 선방하고 있고 있으니 정치권 등에서 각종 규제의 잣대를 들이밀며 기업들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런 규제들도 일본처럼 기업들이 스러지고 나면 별 소용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고, 기업규제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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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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