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짓말 아냐?" 삼성 불산사고 ,'불신' 드라마

[기자수첩] "거짓말 아냐?" 삼성 불산사고 ,'불신' 드라마

서명훈 기자
2013.01.31 17:01

"처음에는 사망자 외에는 다 퇴원했다고 했는데 나중에 언론 보도를 보니 입원해 있는 것으로 나왔다. 또 삼성은 (사망자가) 방제복을 입지 않았다고 했는데 다른 작업자들은 방제복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삼성이 거짓말 하는 거 아닌가"

지난 30일 경기도 동탄에서 열린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 주민설명회에서는 오간 대화들이다. 자신이 본 것만 사실로 믿고 전체를 놓쳐 갈등을 빚는 TV 드라마를 보는 듯해 다소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서로 다르게 보는 오해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사고를 한 번 재구성해 보자. 사고의 첫 시작은 삼성전자의 은폐 의혹이다. 핵심은 불산 누출이 감지된 지난 27일 1시22분에 신고하지 않고, 25시간이 지나서야 신고를 했으니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유해화학물관리법 40조 2항에는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신고하도록 돼 있다. 삼성전자는 최초 누출이 발생한 상황을 그다지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0조 1항에는 유해화학물이 이상증후가 발생하면 신고에 앞서 자체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이런 과정을 볼 때 위험의 정도에 대한 판단을 잘못한 것이지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니라는 게 삼성 쪽의 설명이다. 상황을 오판한데 대해서는 여러 차례 사과가 이뤄졌다.

부상자의 퇴원 여부나 사망자의 방제복 착용여부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비슷하다. 부상자들은 1차 치료 후 의사의 허락에 따라 퇴원한 후 사망자가 발생하자 보다 정밀한 진단을 위해 더 큰 병원으로 재입원했다. 퇴원했다는 삼성전자의 발표도 아직 퇴원한 게 아니라는 언론 보도도 틀리지 않았다.

방제복 역시 총 3차례 이뤄진 수리 작업 가운데 2번은 착용을 했지만 1번은 착용하지 않았다. 이 역시 삼성전자의 설명과 언론보도 모두 거짓말은 아니다. 삼성전자 측은 사망원인을 묻는 질문에 '방제복을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이고 동료들은 2차례는 '방제복을 착용했다'고 말한 게 팩트다.

작업 시간에 대한 논란도 같은 구조다. 삼성전자의 설명은 수리작업이 27일 밤 11시38분에 시작됐다는 것이고 경찰이 발표한 28일 0시13분은 해당 사망자가 현장에 투입된 시간이다. 서로 다른 얘기다.

이번 사고에 삼성전자 책임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과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얘기다. 진실을 기반으로 적절한 보상과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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