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이브리드 엔진 개발해 연비 대폭 올려…F1 기술 양산차에도 적용
1일 프랑스 파리 남부 '비리 샤티용' 시에 위치한 르노 F1(포뮬러 원) 연구개발센터 엔진 테스트 룸. 7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는 엔진이 굉음을 내며 돌아갈 때 마다 배기 매니폴드(엔진의 고온 연소가스를 배출하는 부분)가 섭씨 900도의 열을 내뿜으며 빨갛게 달궈진다. 테스트룸에 앉은 두 명의 엔지니어는 엔진 출력과 내구성 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계기반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이 엔진은 앞으로 2일 반 동안 2400km를 쉴 새없이 달리게 된다. 르노가 내년에 선보일 신형 F1 엔진 '2014 파워 유닛' 프로토타입(시험모델)이 성능을 검증받는 과정이다.

르노가 F1 경주의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연비를 강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출력은 이전과 다름없는 엔진을 만들어 무한 속도경쟁의 대명사인 F1 서킷에도 '친환경' 바람을 몰고 오겠다는 것.
르노는 F1 경주가 오로지 속도만을 향해 달려가던 시절 서킷을 평정한 엔진 메이커다. 1990년대 이후에만 르노의 엔진을 장착한 레이싱 팀이 11번 우승을 거머줬다. F1 경주에 가장 많은 엔진을 공급하는 업체이기도 하다. F1 레이싱에 참가하는 24대의 차량 중 8대에 르노가 제작한 엔진이 탑재된다.
F1에 가장 영향력이 큰 업체인 만큼 르노의 엔진기술 변화 자체가 F1의 새로운 시대 진입을 뜻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르노 신형 F1 엔진기술의 핵심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엔진에 2개의 전기모터를 장착해 엔진이 전기모터 출력의 도움을 받아 구동케 한다. 그만큼 엔진을 통해 소모되는 연료의 양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연료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 엔진 크기도 줄였다. 르노가 올해까지 사용하는 F1엔진 배기량은 2400cc이며 기통 수는 8개다. 반면 신형 엔진의 배기량과 기통수는 각각 1600cc, 6개로 기존 엔진에서 군살을 싹 뺐다. 엔진 다운사이징(엔진 효율성을 올리는 기술)의 기본인 직분사기술과 터보차저 기술도 신형 엔진에 적용됐다. 이에 따라 연료 소모량을 기존 엔진보다 40% 이상 줄였다는 것이 르노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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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생각하는 엔진으로 탈바꿈했지만 F1 레이싱의 본질인 '속도'역시 놓치지 않았다. 신형 엔진의 최고출력은 600마력. 750마력의 힘을 내는 기존 엔진보다 다소 출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엔진에 붙은 2개의 전기모터가 160마력의 힘을 내기 때문에 엔진과 모터의 합산출력은 760마력이 된다. 기존 엔진보다 최고출력이 사실상 높은 셈이다.

르노의 엔진기술 변혁은 F1 레이싱에서 그치지 않는다. 르노 F1 연구개발센터에서 개발된 기술은 파리 남서쪽 이블린 시에 위치한 '르노 테크노센터'를 통해 양산차용 기술로 가다듬어진다. 테크노센터는 르노의 자동차 설계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통합 관리하는 연구개발의 '헤드쿼터'다. 새 엔진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직분사, 터보차저 기술이 르노가 앞으로 출시할 양산차 모델의 연비를 강화하기 위한 바탕 기술이 되는 셈.
르노 테크노센터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모델부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모델에 이르기 까지 모든 친환경 차량 개발에 돌입한 상태"라며 "엔진의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연구개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