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중간에 700만주 구원병 등장..현대상선 의지대로 주총 안건 모두 통과
긴박했던 3시간이었다.현대상선(21,100원 ▲350 +1.69%)이 2년만에 재연된 범 현대가와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이날 주총 중반에 등장한 '깜짝 위임장' 덕분이었다. 사실 현대상선 입장에선 이날 주총은 회사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날 주총은 현대상선의 고질적인 자금난을 해결하고 범 현대가와의 경영권 분쟁 고리도 단번에 끊을 수 있는 묘수를 통과시키느냐 못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현대상선은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한편, 3년 후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꿔 범 현대가와의 팽팽한 지분율 경쟁구도도 뒤엎겠다는 포석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주(전환우선주 포함)를 종전 2000만주에서 최대 6000만주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안과 △신주인수권을 제3자에게 배정하는 결정을 이사회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동시에 주총에서 승인받아야 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상선은 우선주 발행을 통해 1조원 정도를 외부에서 수혈받을 수 있고, 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현대그룹이 원하는 우호세력에 넘겨 지배구조 안정화도 꾀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현대상선의 포석은 이미 지난 2011년에도 한차례 시도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현대중공업과 KCC 등은 범 현대가 지분 비율을 낮추고, 현대그룹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반대표를 행사했고, 끝내 무산됐다.
이번 주총에서도 상황은 2년 전과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다. 특히 현대상선의 시도가 관철되려면 정관을 바꿔야하는데 참석주주 중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필요했다. 현재 대립관계에 있는 범 현대가 대 현정은 회장 간 지분율이 박빙이어서 3분의 2 찬성은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현대상선 쪽에 뜻밖의 구원군이 출현했다. 700만주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와 대리인이 뒤늦게 주총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들의 표는 참석 주주의 5.5%를 차지해 주총 결과를 좌우하기에 충분했다. 이들이 서둘러 투표에 참여한 결과 예상과 달리 찬성표가 3분의 2를 넘는 67.3%로 나타나 안건이 통과됐다.
현대중공업은 이 700만주 구원군의 실체에 대해 위임장 확인을 요구하며 맞섰다. 현대중공업 측 대리인은 "200만주를 행사하는 국민연금 측도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에 이 대로라면 이 안건은 통과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갑자기 늘어난 700만 표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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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대상선은 700만주는 정당한 주주권을 행사한 것이며 그 실체는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주총을 마친 현대상선은 큰 짐을 덜고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무엇보다 자금조달과 지배구조 우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올해 1조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야한다. 이를 위해 조만간 전환우선주 2000만주를 발행해 2000억~3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만약 이 2000만주가 3년후 보통주로 전환된다면 현대그룹은 우호지분을 합쳐 지분율을 현행 47%에서 53%로 끌어올릴 수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 지분율은 종전 32.9%에서 29%대로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