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TX그룹 구조조정 성공하려면

[기자수첩]STX그룹 구조조정 성공하려면

오상헌 기자
2013.06.13 07:08

"STX팬오션을 벼랑 끝으로 몬 것은 바로 채권단이다."(STX그룹 관계자)

STX팬오션은 지난 7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채권단에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채권단의 무관심과 방관 속에서 구조조정의 핵심인 '방향성'과 '신속성'을 모두 놓쳐 버렸다. 산업은행의 불확실한 인수 방침이 다른 투자자의 관심을 멀게 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는 내용이었다.

산은이 STX팬오션 인수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를 미루면서 잠재 투자자들이 떨어져 나갔고 기업가치와 경쟁력이 훼손돼 결국 법정관리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산은은 STX팬오션 인수 포기가 실사 결과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는 일은 애초에 하지 않겠다"는 '보신주의'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는 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정황을 봐도 일견 그렇다. 산은이 정부와 금융당국에 '면책'과 '손실보전'을 요구했으나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자 인수 포기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다.

STX팬오션은 특히 산은이 인수 불가 명분을 만들기 위해 보수적이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부실 규모를 확대 평가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확정 장기계약 등 회사의 미래 성장가치를 반영하지 않고 손실만 확대 평가해 회사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우를 범했다"고 했다.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빗겨간 STX팬오션의 법정관리는 STX그룹 구조조정에 분명한 악재다. 시장에선 주채권은행이 현실화하지 않은 '부실 책임론'에 민감하게 반응해 뒷짐을 쥐면서 STX그룹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채권단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STX조선해양 등 조선 부문 계열사 구조조정에 직간접적인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회생 의지와 함께 채권단의 지원 의지가 맞물려야 성공할 수 있다. 주채권은행이 중심을 못 잡으면 구조조정은 성공하기 어렵다. '기업 살리기'와 '책임 면하기' 중 어떤 게 나라 경제에 더 기여하는 것인지 산은이 자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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