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에 위치한 굴착기 부품 제조업체인 에스틸에는 '정년'이 없다. 회사가 설립된 후 27년 동안 단 한 명의 근로자도 해고하지 않았다. 임금 체불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창립 이래 이 회사가 견지해 온 '무(無)정년·무해고·무임금체불' 철학 덕분이다.
최근 기자가 찾은 에스틸 인천공장에서도 무정년 원칙을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환갑은 족히 넘어 보이는 작업복 차림의 근로자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전체 직원 217명 중 60대 직원 수가 10여 명에 달한다고 했다. 현재 최고령 직원의 나이는 68세, 퇴직한 직원 중 최고령자는 78세였다고 한다.
에스틸이 '평생직장'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회사가 계속 성장한 때문이다. 성장 과정에서 해고나 퇴직 걱정 없는 직원들의 애사심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정년 60세 의무화'가 2016년부터 법제화된다. 정년 연장은 '언제 짤릴까'하는 걱정에 발밑이 늘 불안한 직장인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아예 정년이 없는 곳은 말 그대로 '꿈의 직장'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정년 연장이건 무정년이건 기업 인건비 부담 증가, 청년 고용 여력 감소 등 나라 경제의 활력을 줄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년 연장 법제화에 재계가 극렬히 반대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해도 한 작은 중소기업이 몸소 실천하고 있는 '평생직장' 실험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다. 경영진과 근로자 사이의 신뢰와 믿음이 성장이란 과실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례이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이 '정년 없는 꿈의 직장'을 만들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무정년 기업을 늘려가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업종에 따라 생산직 근로자의 숙련도가 필요한 곳이 많다.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무정년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적 지원을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