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짜 '알뜰'한 주유소 없나요

[기자수첩]진짜 '알뜰'한 주유소 없나요

류지민 기자
2013.09.12 17:37

추석 연휴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차가 있어도 팍팍한 일상에 얽매여 쉽게 서울을 벗어나기 힘든 직장인들에게 명절은 도심을 벗어나 장거리 운행을 하는 기회다.

예전보다 도로사정이 좋아져 차 안에 10시간 넘게 갇혀 있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지만 그래도 대여섯 시간 운전은 각오해야 한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하다보면 꼭 들를 수밖에 없는 곳이 고속도로 휴게소다. 이 곳은 휴식뿐 아니라 주유를 위해 들른다.

고속도로 주유소는 95% 이상이 알뜰주유소다. 그런데 이 주유소에서 씁쓸한 경험을 하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지난 설 연휴, 급하게 출발하느라 미리 기름을 넣지 못해 들른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가격표는 동네 단골보다 리터당 50원가량 더 비쌌다. 카드할인 등의 혜택까지 고려하면 리터당 100원에 달하는 가격 차이다.

연비를 리터당 10㎞로 가정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고 해도 5000원 가까이 차이 난다. 이 금액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상 독점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비싼 기름을 울며 겨자 먹기로 넣어야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싼 기름'을 표방한 정부의 의욕과 달리 전혀 알뜰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을 때의 황당함은 더욱 컸다. 일부에서 담합논란을 제기할 만큼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가격은 높게 형성돼 있었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시각은 극명히 갈린다. 시행 주체인 정부는 알뜰주유소가 국내 유가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행 2주년을 맞는 올 연말까지 알뜰주유소 수를 1000개로 확대하고, 2015년까지는 전체 주유소의 10% 수준인 1300개로 늘린다는 로드맵까지 그렸다.

반면 연간 수십억 원의 세금만 낭비될 뿐 실질적인 가격인하 효과는 거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앞선 고속도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비자들에게 그 효과가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알뜰주유소 4곳이 가짜 석유를 팔다 적발돼 도덕적 해이 논란도 불거졌다.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알뜰주유소의 시설개선지원금 명목으로 투입한 자금은 141억6000만원. 여기에 소득세와 법인세, 지방세 감면혜택도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싼' 주유소를 원한다. 알뜰주유소가 '혈세 낭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단순히 숫자만 늘려가는 외형적 확대보다는 유가인하 효과를 극대화시켜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질적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