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는 취재가 곧 공부일 때가 많다. 특히 인터뷰가 그렇다. 최근에는 청년 취업난 해법을 찾기 위한 기획의 일환으로 창업 국가로 거듭나고 있는 스웨덴의 현황을 취재하기 위해 라르스 다니엘손 대사를 만났다. 그와 인터뷰를 마쳤을 때, '복지'라는 개념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 준 한 편의 강의를 듣고 온 듯한 기분이었다.
스웨덴은 잘 알다시피 보편적 복지 제도가 잘 확립된 국가다. 그 대신 국민은 높은 세율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한 때는 복지 과잉으로 노동자들이 일할 동기가 사라진 '스웨덴 병'을 앓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스웨덴 경제에 활력을 주는 것은 젊은이들의 창업 정신이다. 새로운 회사의 60%는 만 25세 이하의 젊은이들이 만든 회사다. 스톡홀름대학의 경우 재학생 6명 중 1 명이 올 한해 동안 창업에 나섰다. 삼성그룹 입사시험에 10만 명이 몰릴 정도로 젊은이들이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공기업만 찾는 우리와 너무도 대조되는 모습이다.
스웨덴 젊은이들이 이렇게 도전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다이엘손 대사는 바로 스웨덴의 보편적 복지에 그 답이 있다고 했다.
스웨덴의 보편적 복지 프로그램에는 실업수당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일을 하기 위해 시도만 한다면, 적어도 매달 한국 돈으로 200만원은 보장받는다. 볼보같은 대기업의 신입사원의 월급이 340만원 수준. 실업수당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회사를 만들고, 만약 실패를 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다. 하지만 구직을 포기할 경우 실업 수당도 포기해야 하는, 게으른 사람을 절대 두고 보지 못하는 나라가 스웨덴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한번 실패하면 곧 패가망신하고, 사회 낙오자로 낙인 찍히는 한국에서 젊은이들에게 왜 안정적인 직업만 택하느냐고 탓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스웨덴 사람들이 복지와 세금을 바라보는 시각도 우리와 상당히 다르다. 한 사람의 일생을 볼 때 태어나서부터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보육,교육 복지의 혜택을 받고, 노년에 연금을 받는다면, 일을 하는 동안은 사회에 기여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복지를 '시혜적인' 차원으로만 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발표했던 복지 공약은 실제 실행되면서 대거 축소됐다.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는 사정이 이해는 간다. 어느 후보가 당선됐더라도 '증세는 않겠다'는 공약을 포기하는 것보다 '복지 확대'라는 공약을 유보하는 쪽을 택하는 게 쉬웠을 것이다.
"복지가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혜택을 보는 것은 바로 당신이라면, 그만큼 당신이 능력이 있을 때 사회에 좀 더 기여를 할 용의는 없는가?" 국민에게 이렇게 물을 용기 있는 정치인은 없는 것일까.